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연일 감동 혹은 부활의 스토리가 쓰였다. 하지만 순수 신인은 올시즌에도 찾기 힘들었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기록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올린 선수가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안다면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된다. 특히 올시즌에는 유독 '스토리'있는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우가 많았다.
김진우(KIA), 배영수(삼성), 박병호, 서건창(이상 넥센) 등이 대표적. 김진우는 2002년 프로 입단 당시만 하더라도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7억원이란 계약금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는 데뷔 첫 해 탈삼진왕에 등극하며 신인왕을 차지,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방황이 시작됐고 임의탈퇴 신분까지 되며 선수생활이 끝난 듯 보이기도 했다.
그가 돌아왔다. 그는 지난 5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1791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진우는 점차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며 연일 호투했다. 덕분에 사실상 복귀 첫 시즌인 올해 10승 투수가 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역시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
배영수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0년대 중반 삼성 마운드를 이끌었던 배영수는 2007년 토미존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예전의 강속구는 찾아볼 수 없었고 10승 고지 역시 2005년을 끝으로 밟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달랐다. 비록 승수에서는 장원삼(17승), 미치 탈보트(14승)에게 밀렸지만 어느 해보다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다시 날아 올랐다.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1. 여기에 8월 26일 잠실 LG전에서는 한 경기에서 통산 100승, 1000탈삼진, 시즌 10승을 한꺼번에 기록하며 자신의 부활을 확실히 알렸다.
넥센의 MVP, 신인왕 후보도 스토리라면 빼놓을 수 없다. 올시즌 전경기에 출장해 타율 .290 31홈런 10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병호는 2년 전만 하더라도 만년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넥센으로 이적한 후 잠재력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올시즌들어 그 정점을 찍었다. 2년 만에 2군 선수에서 MVP 0순위가 된 것이다.
반전 드라마라면 서건창도 만만치 않다. LG에서의 방출과 신고선수 입단, 그리고 붙박이 주전 2루수까지. 1989년생으로 어린 선수지만 그동안의 프로 생활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서건창은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이어가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스토리는 있었지만 신인은 없었다. 프로야구가 나날이 발전하며 지난 4년간 그 해 프로에 입단한 순수 신인왕은 나오지 않았다. 2007년 임태훈(두산)을 끝으로 2008년부터는 최형우(삼성), 2009년 이용찬(두산), 2010년 양의지(두산), 2011년 배영섭(삼성)까지 매해 중고 신인왕이 탄생했다.
이러한 경향은 올시즌에도 다르지 않다. 박지훈, 홍성민 듀오는 KIA 불펜진 한 축을 형성하며 활약했지만 신인왕에는 2% 부족한 모습이었다. 특히 박지훈의 경우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건창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지만 결국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 밖에 한현희(넥센), 최성훈(LG), 변진수(두산) 등도 그라운드에는 여러차례 모습을 드러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올시즌 역시 중고 신인인 서건창의 신인왕 등극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중고 신인왕 후보인 서건창(왼쪽)과 부활을 알린 김진우.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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