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과 롯데가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갖는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매 순간이 승부처다. 승부처를 누가 어떻게 지배하느냐에 따라 해당 경기는 물론,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매 순간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 성적이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포스트시즌은 상대를 철저히 해부하고 맞붙는다. 힘대 힘, 세기와 세기가 동시에 충돌한다. 그 과정에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정규시즌서는 강점을 살려 이길지라도 포스트시즌서는 약점이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만큼 약점을 보완하고 메우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의 기량과 벤치의 역량이 중요하다.
준플레이오프에 나서는 두산과 롯데도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상위 스테이지에 미리 올라가있는 SK와 삼성에 비해서도 약점이 두드러진다. 체력적인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 두 팀은 분명 어려운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첫 관문 출발선에 섰다. 선수들은 정규시즌에 비해 정신적으로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과도한 긴장은, 당연히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다.
두산은 김동주, 고영민, 손시헌, 정수빈, 임태훈이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다. 대신 윤석민, 최주환, 허경민, 오재일, 김강률, 변진수 등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대거 출전한다. 큰 경기는 많이 해본 선수가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기 마련이다. 김진욱 감독은 7일 미디어데이에서 “젊은 선수가 대거 출전하는데 이 선수들이 시즌 막판부터 쭉 함께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베테랑들보다 잘할 것이다”라고 했다.
롯데는 포스트시즌 트라우마가 있다. 2008년부터 올해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선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단 한차례도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두산에 각각 1승과 2승을 먼저 해놓고도 리버스 스윕의 충격을 맛봤다. 지난해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SK에 무너졌다.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겠다. 타자들에게 작전을 많이 걸지 않고 마음껏 치게 하겠다”라고 했다.
두 감독도 큰 경기 특유의 중압감을 모를 리 없다. 두산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많고 롯데는 가을잔치에서 그다지 기억이 좋지 않다. 두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 내가 부담스러우면, 상대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강점과 약점이 혼재하는 두 팀의 전력은 어차피 큰 차이는 없다. 좀 더 강인한 집중력과 멘탈의 중요성이 대두하는 이유다.
롯데 홍성흔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법은 알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고비를 넘지 못한다. 한번만 이겨내면 올라갈 수 있는데”라고 한적이 있다. 선수들 스스로 단기전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라우마 혹은 심리적인 내상을 딛고 일어서려면, 결국 더욱 강인한 멘탈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7일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롯데 손아섭과 두산 김현수는 포스트시즌서 나란히 병살타로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은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지나간 건 과거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겠다. 병살타로 인해서 많은 걸 배웠다. 사람이라는 게 매일 못하라는 법이 없다”라고 했고, 김현수도 “초구에 좋은 볼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치겠다. 부담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축제에 임하겠다”라고 했다. 그 마음 그대로 이날까지 가져온다면, 두 팀은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억울한 건, 허약한 멘탈로 자신의 장점조차 발휘하지 못하고 꼬리를 내려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강인한 멘탈이 승리의 필수조건이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두산과 롯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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