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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무한상사'의 직급은 MBC '무한도전' 속 멤버들의 역할과 닮아 있다. 매사 성실하지만 때로는 깐깐한 성격으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유재석 부장이나 박명수 차장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정준하 과장만 봐도 그렇다. 가장 뒤늦게 '무한도전'에 합류한 길은 '무한상사'에서도 만년 인턴이었는데, 지난 방송에서 드디어 회장 아들 권지용에게 인정 받아 정사원으로 승격됐다. 그리고 정사원이 된 길에게 어쩌면 정형돈 대리의 고백이 앞으로 '무한상사'에서의 생활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
길은 얼마 전 '슈퍼7 콘서트' 사태를 겪으며 '무한도전' 하차를 선언했고, 이후 이를 번복하고 잔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워낙 논란이 심했던 내용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길의 안티들이 득세해 '무한도전' 하차를 부추겼다. 안티들이 말하는 길이 빠져야 하는 이유는 '재미 없어서' 혹은 '민폐를 끼쳐서'였다. 공통적으로 안티들은 '무한도전'의 오랜 팬임을 자부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무한도전'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무한도전' 속 캐릭터와 실제를 혼돈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도전'을 앞세우며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과 현실, 즉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한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의 원조답게 '무한도전'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특징이다. 시청자들은 SBS '런닝맨'을 보며 개리와 송지효가 월요커플인 건 알지만 프로그램 안에서만 존재하는 설정이란 걸 안다. 또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숱한 부부들도 실제 연인이 아니란 사실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속 캐릭터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계속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무한도전'이 시청자들과 끊임 없이 소통하려 하고, 사회적인 이슈까지 프로그램을 통해 다루며 스스로 프로그램과 현실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슈퍼7 콘서트'도 논란이 컸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무한도전'이 지금껏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유료 티켓이란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인데, 방송과 별개의 프로젝트였으나 대중이 '무한도전'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생활 속에 '무한도전'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단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이 '무한도전'의 강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게 바로 길의 경우였다. '무한상사' 속 유재석 부장, 정준하 과장처럼 '무한도전' 멤버들도 현실이 반영됐지만 결국은 나름의 설정이 있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이 경계를 구분 지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진 셈이다.
실제로 '무한도전'에서 '바보 형' 캐릭터인 정준하도 자신이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Y-STAR '식신로드'에선 유재석 못지 않은 능숙한 진행 솜씨를 보여준다. 정준하가 '식신로드'에 가서 갑자기 똑똑한 진행을 하는 게 아니라 '무한도전'의 '바보 형'은 캐릭터란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길의 '무한도전' 속 모습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다른 멤버들에게 구박 받는 행동을 하거나 무리수를 두는 걸 전적으로 길의 실제 모습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당시에 대해 정형돈은 최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나와 "사실 너무 괴로웠다. 무슨 얘기를 해도 나는 안 된다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자괴감이 있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무한도전'을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스스로 '무한도전'에서의 역할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때 정말 정형돈이 '무한도전'을 관뒀다면, 지금의 '미존여오'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길에게 필요한 건 시청자들의 이해와 기다림이다. 길이 '무한도전'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결국은 캐릭터라는 이해와 정형돈 대리처럼 언젠가는 '대세'가 될 것이란 기다림이다. 길은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뗐을 뿐이다. 진정 '무한도전'을 아끼는 이들이라면 비난이나 압박보다는 "길 사원, 이제부터 행쇼(행복하십쇼)!"란 말을 건네야 하지 않을까.
[MBC '무한도전'의 길(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정형돈. 사진 = MBC,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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