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준PO, 플레이의 품격을 높이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냉정하게 돌아보자. 나와선 안 될 플레이가 너무 자주 나왔다.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역전에 재역전이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롯데는 니퍼트의 유인구를 잘 참은 대가로 3점을 뽑았으나 5회 허무하게 실책 3개로 흐름을 넘겨줬다. 두산도 홍상삼이 8회 박준서에게 동점포를 맞은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10회 연이어 아쉬운 수비가 나오며 무너졌다.

▲ 잊지 말자 백업 플레이, 콜 플레이

롯데는 1차전서 실책 4개를 범했다. 이는 역대 준플레이오프 한 팀 최다 실책 타이기록이다. 두산도 1개를 범해 5개의 실책이 나왔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한 팀 최다 실책이 7개였으니 포스트시즌의 품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롯데의 4실책 중 조성환이 5회에 어이 없이 범한 2개의 실책은 비교적 평범한 상황에서의 실수라 다시 나오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오히려 롯데에 아쉬웠던 건 실책 이후의 대처였다.

3점을 앞서다 5회 1점을 내준 뒤 1사 1루 상황. 김재호의 3루 땅볼 때 1루주자를 2루에서 베이스 태그 아웃한 조성환이 1루 송구 실책을 범한 뒤 백업하던 포수가 재빨리 공을 주워 다시 2루로 연결했다. 그러나 이때 송구도 2루가 아닌 유격수 쪽으로 빗나갔고, 공을 받은 유격수도 순간적으로 공을 펌블했다가 다시 잡았다. 만약 이때 공이 또 다시 외야로 빠져나갔다면, 주자의 추가 진루가 가능해 흐름이 완전히 두산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내야수들간의 좀 더 기민한 백업 플레이가 필요한 대목.

두산은 10회 실책 1개가 나왔으나 실책성 플레이는 더 나왔다. 선두 용덕한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박준서가 투수 김승회 옆으로 가는 번트를 날렸다. 그러나 3루수 이원석은 전진 대시를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움찔했고 김승회가 몸을 날려 잡아보려고 했으나 결국 안타로 연결됐다.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거나 주변의 야수가 콜플레이를 해줬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이후 손아섭이 스퀴즈를 댔을 땐 투수 김강률과 1루수 오재일이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너무 적극적으로 달려들다가 발생한 일인데, 역시 주변 야수들이 콜을 했다면 사고는 물론이고 허무하게 주자를 2명이나 홈으로 보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그라운드 상태도 문제

핑계같지만, 그라운드 상태도 좋지 않았다. 7회말 두산 공격. 1사 2루에서 오재원의 적시타 때 전준우가 홈 다이렉트 송구를 시도했다. 전준우의 손을 떠난 공은 홈 플레이트 앞쪽 지역, 잔디가 상대적으로 듬성듬성한 지역에 맞고 튀어올라 강민호의 얼굴을 때렸다. 잔디가 고르게 깔려있었다면 바운드는 그렇게 튀어 오르지 않았을 것이고, 강민호도 눈에 멍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연잔디 구장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잠실, 사직구장은 요즘 그라운드 구석 구석에 유난히 잔디가 뽑힌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비용 문제가 있지만, 단순히 물을 뿌려주는 것을 넘어서서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잔디가 빠지면 선수들이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잔디가 없는 지역은 사실상 맨땅이다. 머리라도 부딪히면 그야말로 ‘멘땅에 헤딩’하는 꼴이 된다. 강민호와 같은 불상사는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주려면 구장 상태도 뒷받침 돼야 한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는 더더욱 그렇다.

▲ 팬들은 품격있는 접전을 원한다

경기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했지만, 명승부라 보긴 어려웠다. 비록 포스트시즌 11경기 연속 매진사례를 이뤘지만, 실수와 실책이 희비를 가른 경기였다. 팬들은 가을잔치라면 투타의 힘이 팽팽하게 맞닿는 박빙 승부를 원한다. 실수 없이 깔끔한 플레이들 속에서 경기 시간도 너무 길지 않길 원한다. 가뜩이나 올 정규시즌이 하향 평준화가 됐다는 평가 속에서 포스트시즌서라도 격에 맞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포스트시즌 티켓 값은 정규시즌보다 대체로 비싸다. 비싼 만큼 선수들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톡톡히 해줘야 한다.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서도 선수들이 정규시즌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굳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팬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날씨도 추운데 괜히 야구 보러 왔다”라는 말을 하진 않게 해야 한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강민호, 오재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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