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롯데 야구, 그래도 진화 중이다.
롯데가 우여곡절 끝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사실 경기내용은 매끄럽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서 연이어 아쉬운 모습을 보이더니 5회에 실책 3개를 범하며 3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된 가운데 불펜진이 최소 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은 뒤 경기 종반 대타, 스퀴즈 등이 맞아떨어지면서 활짝 웃었다.
▲ 실책 4개, 평정심만 지키면 다시 안 일어난다
단기전은 1점의 중요성이 크다. 점수를 뽑는 것만큼 막아내는 게 중요하다. 롯데는 5회 베테랑 2루수 조성환과 4회 1루수 박종윤이 실책을 범했다. 두 사람은 원래 수비를 잘한다. 조성환이 손쉬운 플레이를 하다 연이어 실책이 되자 흐름이 넘어갔는데, 예전 천하의 박진만도 삼성 시절 2008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때 타구 하나를 받다가 실책 2개를 기록한 적도 있다. 이대수도 두산 시절 2007년 한국시리즈서 어이없는 송구 실책으로 SK에 흐름을 넘겨준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두 사람에게 수비가 형편없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순간적으로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 양승호 감독은 경기 중반 조성환을 빼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하게 했다. 조성환이 연이은 실책 2개를 했다고 해서 주전 자리가 박탈될 가능성도 없다. 정규시즌 때처럼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그는 정규시즌서 3실책에 그쳤다.
박종윤의 실책도 사실 오재일의 타구가 워낙 강했기에 자신의 몸 앞으로 떨궈놓는다는 게 순간적으로 옆으로 튀었을뿐이다. 비록 실책이 됐지만, 박종윤은 재빨리 타구를 수습해 오재일을 2루로, 1루주자 김현수를 3루까지 보내주지 않았다. 경기를 해설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박종윤의 실책은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5회까지 4실책이 나온 뒤엔 실책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박종윤은 9회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김현수의 강습타구를 기가 막히게 낚아채 더블 아웃을 만들어내는 등 롯데 야수들은 경기 중, 후반 강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올 시즌 83실책으로 최다실책 3위였으나 롯데 수비는 올 시즌 확실히 한 단계 성장했다. 최고와는 거리가 있지만, 단기전서 무너질 허술한 수비력은 아니다.
▲ 인내의 미학, 기민한 작전수행능력, 강인한 멘탈
오히려 롯데는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더 이상 예전의 포스트시즌과 같은 허무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차분하게 공략했다는 점이다. 과거 롯데 타선은 큰 경기서 상대 에이스의 전략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젠 다르다. 니퍼트는 1차전서 6이닝동안 108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 전 양승호 감독은 “니퍼트도 유인구를 많이 던진다. 우리가 안 속으면 승산이 있다”라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 니퍼트의 체인지업에 좀처럼 속지 않았고, 평정심이 흔들린 니퍼트에게 일거에 3점을 뽑아냈다. 대부분 변화구를 버리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끈 뒤 직구에 타이밍을 맞춘 결과다.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다.
양승호 감독의 작전도 빛났다. 사실 손용석 대신 투입된 박준서의 8회 대타 투런포는 박준서가 잘 친 것이다. 그러나 10회 손아섭의 스퀴즈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선두 용덕한의 2루타와 박준서의 번트 안타로 이미 두산 내야진이 흔들리던 상황에 황재균의 결승타로 균형마저 깨진 상황이었다.
이후 1사 2,3루 찬스. 손아섭이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3루 주자 박준서는 주저 없이 홈으로 달려들었고, 두산은 투수 김강률과 1루수 오재일이 콜 플레이 미스로 부딪혀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니퍼트의 공략 성공과 박빙 상황에서의 추가 득점 짜내기 작전은 분명 롯데가 화끈한 야구에 세밀한 야구를 덧씌워가고 있는 과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마운드에서 불펜투수들이 완벽에 가까운 계투로 1실점만 하고 있었기에 공격에서 작전이 척척 맞아떨어진 건 뜻 깊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큰 경기서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롯데는 시즌 막판 7연패, 5연패를 연이어 겪는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다. 마지막 몇 경기서 타선이 살아나면서 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완전하진 않았다. 롯데 특유의 흥이 완전히 사라졌다. 포스트시즌서도 지레 주눅들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1차전만을 놓고 볼 땐 연패 후유증을 털어버린 듯 했다. 부상 선수가 대거 복귀하면서 안정감을 찾았고, 5년 연속 큰 경기를 치른 경험이 어느정도 몸에 녹아 내렸다는 증거다.
냉정하게 보면, 여전히 롯데 야구는 갈길이 멀다. 사실 1차전은 롯데로선 실책도 하지 않고 좀 더 깔끔하게 이겼어야 했다. 아직 세밀하고 촘촘한 플레이가 2% 부족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최악의 상황, 4년 연속 첫 스테이지서 패배했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냈다. 승패를 떠나서 단기전 속에서 롯데 야구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첫 스테이지 패배 징크스를 벗는 것도 꿈은 아니다.
[롯데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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