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포스트시즌의 로망이 되살아났다.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양팀 합계 5개의 실책이 나왔다. 결과를 떠나서 질적으론 포스트시즌의 품격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긴 롯데나 패배한 두산이나 모두 찝찝했다. 단기전 첫 판이라 그런지 두 팀 선수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루가 지난 9일 2차전, 쌀쌀해진 날씨에 잠실구장을 꽉 채운 관중들이 열심히 양팀의 깃발을 흔드는 가운데 선수들의 깔끔한 플레이가 나왔다. 이제야 포스트시즌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결정적으로 투수들의 호투 릴레이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은 내일이 없는 총력전이다. 당연히 마운드 운용에 방점이 찍힌다. 팀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들이 줄줄이 나오기 때문에 많은 점수가 안 나오는 게 정상이다. 관중들도 투수들이 타자를 압도하는 데서 느껴지는 특유의 위압감과 깔끔한 경기 내용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한 여름의 타격전 이상의 매력을 갖고 있는 게 바로 포스트시즌의 투수전이다.
기본적으로 양팀 선발 노경은과 쉐인 유먼이 호투했다. 유먼은 1회 제구가 흔들린 탓에 김현수에게 중전적시타를 맞았으나 2회부터 곧바로 자신의 리듬을 되찾았다. 2회부터 4회까진 8타자 연속 범타로 솎아냈다. 정상급 위력인 서클 체인지업이 두산 타자들의 히팅 포인트에서 뚝 떨어졌고, 슬라이더 승부로도 재미를 봤다. 노경은도 명불허전이었다. 후반기 최고의 우완투수지만, 큰 경기 경험은 없는 탓에 자칫 분위기에 눌릴 법도 했지만,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일단 직구 구속이 150km를 육박했다. 포수 양의지의 미트에 퍽퍽 하고 꽂히는 노경은의 1구 1구에 관중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노경은과 유먼은 각각 6⅓이닝과 6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뒤이어 불펜진이 가동됐다. 사실 불펜은 단연 롯데의 우세다. 더욱이 두산은 1차전 패배 원흉이 무너진 불펜진이었다. 홍상삼 말곤 믿을만한 셋업맨이 없다. 홍상삼 역시 1차전서 박준서에세 동점포를 맞은 터라 적잖이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날도 두산의 선택은 홍상삼이었다. 7회 노경은이 다소 흔들린 탓에 연속 안타를 맞자 1사 만루가 됐다. 어김 없이 김진욱 감독은 믿을맨 홍상삼 카드를 꺼냈다. 조성환을 상대로 4구째만에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만약 이때 홍상삼이 무너졌다면, 투수전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졌을 것이다.
롯데도 유먼을 내리고 7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양떼 불펜이었다. 김성배와 최대성, 강영식이 연이어 깔끔한 투구를 했다. 사이드암 김성배는 7회 두산 우타자 3명을 시원시원한 와인드업에 이은 과감한 투구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8회엔 우완 셋업맨 최대성이 등장했다. 양의지, 김재호를 연이어 처리했다. 이종욱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오재원을 상대로 좌완 원포인트 강영식이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9회 무사 1루에선 정대현이 윤석민을 상대로 더블플레이를 유도해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결국 롯데는 9회 첫 타자 용덕한이 홍상삼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포를 터뜨리며 승부를 갈랐다. 홍상삼은 잘 던졌으나 이틀 연속 홈런포에 울었다. 롯데가 연이어 불펜 투수들을 물량공세로 투입하는 사이에 두산으로선 홍상삼만을 믿고 가야 하는 상황이 아쉬웠다. 그래도 두산 마운드 역시 전날에 비하면 롯데 타선을 잘 막아냈다.
승부는 홈런 한방으로 갈렸지만, 양팀 투수들은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경기가 마무리가 되는 데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역전에 역전, 실책이 첨가된 전날 경기가 다이내믹했지만 2% 부족했다면, 이날 2차전은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한 전형적인 깔끔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양팀 관중의 우레와 같은 성원 속 팽팽한 흐름, 이것이 바로 품격있는 포스트시즌이었다. 승리한 롯데도, 패배한 두산도 멋진 경기를 펼쳤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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