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불펜야구와 세밀한 야구의 절묘한 결합이다.
롯데가 마침내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의 한을 풀었다. 12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4-3로 역전승하고 3승 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롯데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1999년 이후 13년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맛봤다. 21세기 첫 PS 승리다. 아울러 1992년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20년만에 준플레이오프 홈 승리를 따냈고 최근 5년 포스트시즌 홈 성적은 2승 9패가 됐다.
롯데의 플레이오프행 원동력은 양승호 감독의 달라진 세밀한 작전야구와 강력한 불펜야구의 접목이다. 양승호 감독은 “작년 플레이오프서는 선수들을 믿고 맡겼다. 하지만, 큰 경기서는 그래선 안 된다고 느꼈다”라며 “이번엔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인을 냈다”라고 했다. 1차전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하면서 2B와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선 장타생산이 가능한 홍성흔, 강민호 정도를 제외한 모든 선수에게 웨이트 사인을 냈다.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으로 불펜 조기 가동을 유도했다.
2차전서는 수비가 돋보였다. 2-1로 앞선 9회말 수비. 무사 1루 위기에서 내야진이 윤석민의 번트에 50% 수비를 펼쳤다. 번트 모션을 보자마자 3루수가 홈으로 대시하고, 유격수가 2루를, 2루수가 1루를 커버해 더블플레이를 노리는 전략이다. 재빨리 타구를 잡은 황재균이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예년엔 볼 수 없었던 세밀한 플레이였다.
극적인 역전승을 따낸 4차전서는 8회 1사 만루에서 대타 황성용을 기용해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다. 이게 홍상삼의 투구 리듬을 흔들어 동점까지 이어졌다. 경기 초반 김선우에 눌렸으나 양 감독은 1차전 선발 송승준을 4⅓이닝을 기용해 흐름을 돌렸고, 3점까지 뒤졌으나 이명우, 김사율, 김성배, 정대현이 최소실점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승호 감독의 경기 개입이 늘어났다. 덕아웃에선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격려를 하면서도 경기 중에는 웨이트 사인, 번트 사인 등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매끈하지 못한 주루 플레이도 있었고 1차전서는 연이은 수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양 감독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차분하게 판세를 지켜본 뒤 승부처에서 주저없이 작전 야구를 펼쳐 성공했다.
마운드에선 불펜 투수들의 호투가 돋보였다. 올 시즌 롯데가 가장 달라진 점이 바로 지키는 야구가 이뤄진 것이다. 최대성, 김성배가 우완 셋업맨, 이명우, 강영식이 좌완 셋업맨, 김사율이 마무리를 맡는 구조는 구색도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발 빠른 교체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기에 충분했다. 양 감독은 시즌 막판 김사율이 부진하자 준플레이오프서는 정대현을 사실상 마무리로 쓰고 김사율을 가장 중요한 상황에 내보내는 용병술을 사용해 적중했다.
실제 롯데 불펜은 1~2차전서 8⅓이닝 1실점했다. 3차전서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가 조기 강판된 뒤 최대성과 강영식이 무너지며 8⅓이닝 4실점했으나 4차전서 다시 6⅔이닝 1실점하며 도합 24⅓이닝 6실점, 준플레이오프 불펜 평균자책점은 2.22이었다.
롯데는 불펜 야구의 원조인 SK와 작년 플레이오프 리벤지매치에 나선다. SK는 롯데보다 세밀한 플레이에서 한 수위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는 롯데 야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으로 보인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롯데의 플레이오프가 2년 연속 펼쳐진다.
[포효하는 홍성흔.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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