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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점수를 포기한 f(x) 루나의 용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 f(x)의 루나는 노래에 대한 이해력과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여섯 번에 걸친 무대를 보면 루나의 그 능력을 알 수 있다.
'천일동안', '동행', '공연히', '바보', '알 수 없어' 등 루나의 '불후의 명곡' 무대에선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5분여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기승전결의 구조를 만들어 노래를 마치는 순간까지 루나는 계속 달라진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다.
그리고 지난 13일 루나는 자신의 마지막 '불후의 명곡' 무대에서 이전보다 좀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무대를 연출했다.
가수 송대관 특집으로 진행된 방송에서 루나는 '해뜰날'을 골랐다. 무대에 앞서 루나는 '해뜰날'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며 청각장애인인 한 팬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당신의 표정과 무대를 항상 느끼고 있다" 그 팬은 루나에게 보낸 편지에 이 같은 말을 적었다고 한다. 루나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잘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해뜰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청각장애인 팬을 위해 루나는 '해뜰날'을 부르는 내내 수화로 가사를 전달했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모두 비켜라. 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란 '해뜰날'의 가사 역시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였다.
루나가 선택한 단 한 사람을 위한 무대는 굉장한 용기였다. '불후의 명곡'은 여러 가수들이 나와 노래 실력을 겨루고, 평가단으로부터 무대가 채점되는 경쟁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루나는 평가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닌 한 팬을 위한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
결국 루나는 밴드 부활의 보컬 정동하의 점수를 넘지 못했다. 루나는 바로 대기실로 돌아와야 했지만 루나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루나가 가진 가수로서의 능력을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나는 가수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나에겐 '불후의 명곡' 우승보다는 그 팬이 노래를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가치 있었던 것이다.
청각장애인인 팬을 위해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닌 차분한 수화로 무대를 꾸민 루나. 노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도 대단하지만 듣는 이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역시 가수로서 루나가 가진 값진 능력이었다.
[걸그룹 f(x)의 루나.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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