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벌인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면 올해는 '불펜싸움'으로 화두가 변했다.
SK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구축되기 시작한 강한 불펜을 이만수 감독 체제 하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박희수-정우람이 연이어 등판하게 되면 상대 타선은 8회와 9회를 그냥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 또한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등으로 대표되던 방망이의 팀에서 정대현을 축으로 한 '양떼야구'로 컬러가 바뀌었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 갖춘 롯데의 풍부한 불펜 자원은 삼성 다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전에서도 이들 불펜의 위력은 그대로 드러났다. SK는 김광현이 6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뽑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마친 뒤 엄정욱-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를 가동했다. 세 투수는 각각 1이닝씩 책임지며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엄정욱이 볼넷을 하나만 내주었을 뿐, 이를 제외하면 3이닝 퍼펙트 합작이었다.
롯데 불펜도 나쁘지는 않았다. 선발 쉐인 유먼에 이어 등판한 김사율이 박정권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출루한 주자를 불러들인 것은 아쉬웠지만, 자책점은 유먼에게 돌아갔다. 김사율-이명우-김성배-최대성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불펜도 기록상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차전에서 나타난 모습으로 미루어보면 불펜 싸움에서는 SK가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등판하지 않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K가 박정배, 최영필 등을 아낀 반면 롯데는 불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정대현을 비롯해 강영식, 이승호 등이 출전하지 않았다.
유먼이 다소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가운데 롯데는 두 번째 투수로 김사율을 올렸다. 정규시즌에는 선발에 이어 바로 등판하는 경기가 없다시피 했던 김사율은 6회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어색했을지 모른다. 김사율이 결승타를 허용한 뒤라 의미 없는 가정이기는 하지만 롯데는 김성배나 이명우가 먼저 올라가고, 동점으로 6회를 마쳤을 때 강영식, 김사율, 정대현 등이 7회 이후 나오는 상황도 고려할만 했다.
한 경기를 내준 양승호 감독은 2차전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2차전을 마친 뒤에는 이동일도 있어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정대현이 등판하게 될 전망이다. SK불펜의 막강함이 롯데를 압도했던 1차전이지만, 정대현이 나서기 시작한다면 대결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2차전에서는 비로소 제대로 된 양 팀 불펜의 대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SK 불펜의 기둥 박희수(위)와 1차전에 등판하지 않은 정대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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