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지난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내사랑 나비부인'(극본 문은아 연출 이창민, 이하 '나비부인')은 신구조화를 잘 이룬 캐스팅과 빠른 극 전개로 주목받았다. 특히 극중 연지연 역의 이희진은 4회 진행된 '나비부인'에서 많은 분량을 소화하지 않았지만 잠깐의 출연으로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희진은 배우이기 이전에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가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것은 2003년 뮤지컬 '펑키펑키'. 이희진은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접했고, 누구보다 철저하게 연기에 임했다. 그리고 '나비부인'에 출연하고 있는 현재, 베이비복스 이희진이 아닌 배우 이희진으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도 염정아 선배님을 보면 신기해요."
'나비부인'은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호연과 극 구성이 팬들의 호평을 얻으며 화제성도 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연 배우 염정아와 김영애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활약이 주요했지만 극중 남나비(염정아)와 대립하는 이희진도 한몫했다. 코믹하게 비친 그녀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연기력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했다.
"드라마를 좋게 봐주시니 기분이 좋죠. 시청자분들께서 제가 맡은 연지연 역을 많이 사랑해주신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웃음거리가 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염정아 선배님과 부딪히면 다투고 막 쓰러지고 그래요. 사실 음악부터가 바뀌죠."
극중 라이벌이지만 실제로는 대선배인 염정아. 염정아는 이희진에게 특별한 존재다. 이희진은 염정아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연기자 중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라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염정아씨는 한참 선배예요. 촬영 차 매주 뵙고 있는데 피곤해도 항상 밝은 모습이예요. 굉장히 클하고 편하게 해주시고 배려해주시고 너무 좋아요. 드라마를 함께 찍기 전 실제로 뵌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굉장히 팬으로서 존경하고 좋아했던 분이예요. 항상 연기자 중에 누가 좋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염정아'라고 대답했죠. 좋아하는 사람과 연기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 봤을 때 너무 떨렸어요. 아직도 보고 있으면 연예인 보는 것 같아 신기해요."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나서 속이 후련했어요."
꼭 맞는 옷을 입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이희진과 연지연은 마치 같은 사람처럼 보인다. 이희진은 '나비부인'을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감독님께서 미팅 때 '최고의 사랑' 제니의 엉뚱 발랄한 캐릭터도 있고 '괜찮아, 아빠 딸'의 애령이처럼 묵묵히 참아나야 되는 감정신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생각해보니 경험을 아예 안해본 캐릭터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연지연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녀는 이번 배역을 위해 머리도 짧게 잘랐다. 베이비복스 시절 긴머리로 여성미를 발산하며 활동해 온 이희진에게 단발머리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머리가 정말 길었었죠.(웃음) 진짜 오래됐어요. 베이비복스 때 한번 단발머리를 한 적이 있지만 항상 긴머리로 활동해왔어요. 단발로 자르면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감춰두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보고 제가 직접 머리를 단발로 자르는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어요. 어렸을 때는 머리를 자르면 되게 슬펐는데 이번엔 속이 후련했어요.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죠. 10명 중 7명은 잘 어울린다고 해줬어요."
'나비부인'은 드라마의 유쾌함이 현장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배우들간의 호흡과 촬영 현장의 밝은 분위기는 드라마의 인기로 반영됐다. 이희진과 염정아의 코피 흘리는 장면도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연스레 자아냈다.
"현장 분위기는 정말 재밌어요. 무엇보다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다 잘해주시고 긴장을 풀 수 있게끔 해주세요. 염정아 선배님도 물 끼얹는 장면이 있는데 더 끼얹으라고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시고 박용우 선배님도 마찬가지예요. 50부작이긴 하지만 선배님들이 끝까지 도와줄 것 같아요. 민폐가 되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죠."
▲"베이비복스 끝나고 연기 시작할 때 무서웠어요."
극중 연지연은 10년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오른 대기만성형 케이스다. 이희진의 연기인생도 연지연과 많이 닮아있다. 그녀는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의 단짝 친구로 열연해 문화연예대상 드라마 부문 신인연기상을 받기도 했지만 연기자로 자리를 잡기에는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
"베이비복스 끝나고 2004년에 연기를 시작할 때 좀 무서웠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죠. 베이비복스의 제 이미지가 너무 강해 연기에 있어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어요. 그때 생각했던 것이 오디션을 보면서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 무작정 대학로로 갔어요. 전 돈 받으면서 연기 공부를 했어요. 공연하면서 사람에 대해 공부했죠. 2, 3년 있으면서 많이 성숙됐어요."
그런 그녀는 연극이 좋아 무작정 대학로로 다녔다 팬들의 함성을 받던 톱가수는 진짜 배우의 길을 스스로 택했다. 그녀의 대학로 시절 이야기는 도도해보이기만 했던 이희진에 대한 편견을 한순간에 깨줬다.
"아직도 걷는 것을 좋아해요. 공연 끝나면 충무 아트홀에서 집까지 걸어갔어요. 버스타고, 지하철 탈 때도 있었죠. 요즘도 가끔 지하철을 타요. 창피한건 없어요. 그냥 그게 좋아요. 연기에 있어서 사람들과 부딪혀 보고 그들을 보는 것이 공부가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 구경 세상 구경, 너무 좋아해요. 아무 생각없이 보죠.(웃음) 가끔 마트에 가서 모자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도하고 그래요"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이희진은 올해 연예계 데뷔 15년차이다. 지금 그녀는 연기를 하고 있다. 가수로서 정상에 올랐던 그녀, 인터뷰가 진행되면 될수록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연기를 하고 싶어요. 결혼해서도 하고 싶어요. 선생님들처럼 쭉 하고 싶은 욕심이예요. 강부자 선생님을 뵈면 아직도 공연, 드라마를 하고 계시잖아요.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목표예요. 죽을 때까지 해야죠."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이희진에게서 항간의 도도하고 강해보인다는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연기에 대한 그녀의 진정성은 그녀를 점점 유해지고 포용력을 갖추게 만들었다.
최근 '나비부인'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희진의 분량 확대를 요구하는 글들이 많이 게재돼 있다. 물론 주말극 특성상 웃음 코드를 잡고 싶은 시청자들의 바람일 수도 있지만 그녀와 인터뷰를 하며 어느새 쌓인 이희진의 연기 내공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사랑 나비부인' 이희진. 사진 = 레젤이엔엠코리아 제공,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