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승부처를 지배한다.
롯데가 1999년 이후 13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선발 물량에서 SK에 달린다는 평가, 수비와 주루, 작전 수행능력 등 세밀한 야구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서 돌입한 플레이오프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딴 판이다. 롯데는 SK에 세밀한 플레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승부처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 있다.
▲ 악재 딛고 승부처 지배
준플레이오프를 잠시 돌아보자. 롯데는 분명 잘했다. 3승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뒷심이 돋보였다. 하지만, 두산의 투수 교체 실패도 한 몫을 했다. 흔들리던 홍상삼의 연투와 뒤늦은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투입 시기 등이 두드러졌다. 두산이 과거 뚝심의 두산답지 못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으나 여전히 불안한 눈초리를 받는 이유였다.
롯데는 플레이오프에서 준플레이오프 뒷심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대등하게 승부를 하다가도 승부처에서 SK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 예상됐으나 아니다. 오히려 승부처를 지배한다. 1차전서 SK 마운드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롯데는 두번 당하지 않고 있다. 롯데가 플레이오프 흐름을 반전한 시기는 2차전, 7회다.
당시 롯데는 6회 송승준을 빼고 믿을맨 정대현을 넣었음에도 조인성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1-2에서 1-4가 됐다. 하지만, 롯데는 돌아선 7회 공격에서 SK 엄정욱과 필승조 박희수를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2차전 이후 7회 시작부터 박희수를 넣지 못한 걸 후회했다. 결과적으로 롯데가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반전시켰다. 불펜 필승조 맞대결서는 밀리지 않는 롯데는 이후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간 뒤 정우람의 구위 난조를 놓치지 않고 역전승을 일궈냈다. 정대현 투입 실패라는 악재를 딛고 승부처를 지배했다.
3차전은 롯데의 원사이드한 흐름. 롯데가 1회부터 SK 선발 송은범을 공략해 선취점을 냈고, 경기 중반 추가점을 뽑은 끝에 승리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거둘 정도로 무난한 승리. 되짚어 보면 이 역시 악재를 딛고 일궈낸 승리였다. 애당초 롯데 선발 고원준은 송은범에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고원준은 5⅓이닝을 버텨내며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 결국 1회가 승부처였다. 고원준이 SK 타선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면서, 반대로 롯데 타자들이 송은범에게 연속 안타를 쳐내며 2점을 뽑아내면서 흐름이 롯데로 왔다.
▲ 수비? 홈 트라우마? 약점 극복 시리즈
롯데가 포스트시즌 들어 승부처를 지배하는 이유는 그간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큰 경기를 홈에서 치를 때 작아졌던 모습이 전혀 없다. 롯데가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오고도 쉽게 무너진 건 결국 홈에서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 팬들의 성원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분석도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자꾸 가을야구를 치르다 보니 힘이 생겼다. 이번 포스트시즌 홈 경기 2승 1패다.
여전히 롯데는 세밀한 야구에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2~3차전만 놓고 보면 SK에 크게 뒤지는 것도 아니었다. SK는 2차전서 7회 최윤석의 실책이 빌미가 돼 흐름이 롯데로 넘어왔다. SK는 9회엔 스퀴즈 작전도 실패했다. 반면 롯데는 10회 정우람의 난조를 틈타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양승호 감독은 당시 정훈에게 볼카운트 별로 웨이팅 사인을 냈다고 한다. 확실히 작전수행능력에서 발전하고 있다.
양승호 감독에 따르면 3차전 SK 선발 송은범은 볼 배합이 단조로웠다. 롯데 타자들은 유인구를 참았고, 직구를 노려 초반 공략에 성공했다. 경기 중반엔 수비로 웃었다. 1회부터 손아섭이 다이빙 캐치에 성공하더니 4회엔 우중간 펜스를 직접 때릴 것 같았던 이호준의 타구에 기가 막히게 점프 캐치를 해냈다. 황재균도 4회와 6회 연이어 강습 타구를 안전하게 처리했다. 수비가 약점이라던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고원준의 구위가 분명 최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비의 도움에 오히려 흥을 돋울 수 있었다. 그 사이 송은범을 공략하며 초반부터 승부처를 지배했다. 정대현 없이도 승리를 지켜냈다. 그 결과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역전했다.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지배하는 롯데 야구,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롯데 선수들(위), 기뻐하는 롯데 선수들.(아래)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to@mydaily.co.kr,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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