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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조성하가 영화 '비정한 도시'(감독 김문흠)를 통해 꽃중년 택시기사가 돼 돌아왔다.
택시기사와 조성하라니, 꽃중년 이미지와 안 어울릴 듯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걱정은 지워버리게 된다. 과거 택시기사로 일했던 그는 대한민국의 그 어떤 배우보다 택시기사 돈일호 역을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해 낸다.
영화 속 조성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디테일한 설정을 바탕으로 택시기사 보다 더 택시기사 같은 모습을 선보인다. 여기엔 대본 외 조성하의 애드리브도 한몫했다. 그는 '장사는 안 되는데 가스 넣으러 갈 때 속이 뒤집어 진다', '손님은 없는데 돌아다니자니 가스만 넣고 끝나는 수가 있고 대기하면 줄 서다 끝나는 수가 있다' 등의 애드리브를 통해 캐릭터를 더욱 실감나게 살려냈다.
조성하는 "역시 경험하기 잘했구나 싶었다"며 "워낙 생리를 잘 아니까 더 표현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동안 많은 일을 해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책으로만 보는 세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 많다. 그것은 밖에 나와 많은 분들을 스승으로 삼을 때 비로소 지혜가 생긴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이해서 몸으로 나오게 된 자연스러운 표현일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자면 걱정이 되는 게 '저 긴 대사를 어떻게 다 외웠을까'다. 영화 초반, 그의 독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후 쏟아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문득 조성하가 한참을 얘기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택시 운전만 하면서 떠드는데, 대본만 A4 종이로 3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었다. 손님이 바뀌는 상황이지만 매번 끊어서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 도로에서 계속 도는 거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감독에게 '내가 한 번에 대사를 외우고 알아서 편집점을 만들어 연기를 하겠다. 계속 카메라를 돌려 달라'고 했다"며 "한 번을 하면 감독이 쓸게 없을 것 같아 한 번을 더 하고, 이것도 조금 부족할까봐 한 번을 더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초반 강한 존재감을 발산하던 조성하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면 언제 나오나 기다려질 정도로 당최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 '비정한 도시'가 김문흠 감독이 앞으로 선보일 10편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엮어낸 탓에 대부분 등장인물 모두가 비슷한 출연분량을 갖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촬영에 응한 것은 드라마 쫑파티 현장까지 찾아온 김문흠 감독의 열정과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그는 "작품을 읽고 나서 이 정도면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가 있겠구나 싶었다. 시간이 안 돼서 고사를 했던 것"이라며 "만났을 때 미안하기도 했고 그렇게 정성을 들여 와 열정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정성들을 한 번에 뿌리치기 힘들었다. 최대한 서로 맞출 건 맞춰서 해보자고 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출연하게 된 '비정한 도시'는 색다른 영화로 탄생됐다.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띄고 있지 않을뿐더러 감독이 이러이러하다고 알려주는 게 아닌,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찾아내야하는 영화로 완성된 것.
조성하는 "마지막에 애니팡(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듯 갔다 끼워서 팡팡 터뜨리면 어렵게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다. 보통 영화가 한 개의 축이나 두 개의 축을 연결해 만드는 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4집안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자꾸 파생이 되니까 복잡해진다. 그런데 우리가 영화를 대할 때 고착화 돼 있다고 해야 하나, 고정관념이 박혀있다. 편안하게 기승전결로 끝나야 이해하고 편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 생각 없이 매 시퀀스마다 편하게 보고 마지막에 '이렇게 연결된 것이구나' 하면 된다"며 "그러니까 거기서 (애니팡 하듯 이야기를 끼워 맞춰) 팡팡 터뜨리라는 얘기"라고 영화 관람 팁을 제시했다.
조성하가 연쇄범죄의 시작이 되는 택시기사 돈일호 역으로 출연하는 '비정한 도시'는 우연히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을 담아낸 영화다. 오는 25일 개봉.
[배우 조성하.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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