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강명구(32·삼성 라이온즈)는 오랜 기간 리그 최고의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해왔다. 강명구는 자신의 통산 안타수(46)보다 베이스를 훔친 횟수가 더 많은 선수다. 도루를 97차례 성공시키는 동안 단 22번만 실패해 성공률도 81.5%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대주자는 나오면 뛴다는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므로 상대 배터리는 대주자가 1루 혹은 2루에 나설 경우 더욱 경계하기 쉽다. 따라서 대주자의 도루 시도는 일반적인 주자들이 도루를 하는 것보다 많은 견제 속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80%를 넘어선 강명구의 도루 성공률은 매우 높은 수치다. 가끔씩은 실패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탠다.
지난 1차전에서도 강명구의 활약은 컸다. 강명구는 7회말 선두타자 이지영이 안타로 출루하자 이지영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어 김상수의 희생번트에 2루로 진루했다. 후속타자 배영섭이 중전안타성 타구를 날렸고, 이를 잡아낸 정근우가 3루로 공을 뿌리는 사이 강명구는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는 강명구의 재치가 돋보였다. 3루를 통과해 홈으로 가는 과정에 있던 강명구는 3루로 돌아가도 태그아웃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정근우의 공을 받은 3루수 최정은 강명구가 돌아왔을 것으로 예상하고 3루 베이스 위를 바라보며 글러브로 더듬었지만 강명구는 거기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강명구는 조금씩 홈으로 전진하는 중이었다.
비록 본인은 실수한 뒤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그 결과로 인해 삼성은 좀 더 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아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1점차 리드는 불안하다. 하지만 2-1이 3-1로 바뀐 순간 삼성은 승리를 직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명구 같은 대주자는 대개 1점을 뽑기 위한 야구를 할 때 쓰이게 마련이다. 강명구는 과거 호쾌한 타격을 하던 삼성보다는 불펜을 통한 지키는 야구에 능해진 삼성에 맞는 퍼즐이다. 상대인 SK 또한 불펜이 강하다 보니 경기 중후반 이후 대량득점보다는 1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많이 생기고, 강명구는 승부처에서 자주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1차전에서는 근소했던 리드 폭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면, 2차전 이후에는 동점을 만들거나 역전을 노리는 상황에 대주자로 나갈 수도 있다. 좋은 대주자가 있으면 상대는 1점차 리드에서 더욱 불안해진다. 강명구는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벤치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강명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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