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죽었다가 살아나 보셨어요?”
강명구는 솔직하게 말했다. 3루 베이스를 돌면서 김재걸 코치의 스톱 사인을 보면서도 자신의 몸을 제어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하고선 홈에서 아웃돼자는 심정으로 뛰었다. 결과적으로 강명구는 엄청난 베이스러닝을 한 것이었지만, 실은 “내 실수였다”라고 한 강명구다. 강명구의 발야구는 단연 한국시리즈 1차전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7회말 1사 2루. 늘 그렇듯 대주자로 나가있던 강명구는 배영섭의 2루수 왼쪽으로 가는 강한 타구에 “빠졌구나”싶어 홈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2루수 정근우가 잡았고, 3루수 최정에게 볼이 전해지는 순간 강명구는 아웃되는가 싶었다. 류중일 감독도 “90% 죽는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강명구는 홈으로 내달렸고, 최정의 송구가 높은 걸 틈타서 극적으로 세이프가 됐다.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강명구를 만났다. “타구를 살짝 곁눈질로 봤는데 외야로 빠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걸 근우가 잡더라. 이미 홈까지 달릴 생각이었는데 귀루를 하기에도 늦었다 싶었다. 김재걸 코치님이 3루에서 세우는 건 어렴풋이 봤다. 죽었다 싶은 마음으로 뛰었는데 살았다”라고 했다.
왜 홈인 이후 세레모니를 크게 했는지 묻자 “죽었다가 살아나 보셨어요?”라고 되묻는 모습이 리얼함 그 자체였다. 강명구의 실수 아닌 실수가 득점이 되면서 삼성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이길 수 있었다. “들어오고 나니까 이제 이기겠구나 싶었다. 우리팀 불펜이 좋으니까”라고 웃었다. 대주자의 발이 승패를 바꿔놓았다.
대주자로 사는 법도 털어놨다. 그는 “1루와 2루, 3루에 있을 때 마음이 다르다. 1,2루에 있을 땐 내가 곧 들어간다는 생각인데, 3루에 있을 땐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타자들을 믿어야 한다”라면서도 “3루에서 홈이 제일 멀어 보인다. 힘들다”라고 웃었다. 이어 “보통 5회가 끝나면 스트레칭도 하고 마사지도 받으면서 준비를 하는데, 어젠 1회부터 준비했다.
그는 “10년동안 나온 내 기사보다 어제와 오늘 나온 기사가 더 많더라”며 웃었다. 그는 최근 태어난 딸을 돌보느라 정신 없어 하는 아내와는 문자로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대신 기자들에게 더 많은 전화를 받았다. 만년 조연에서 주연이 된 강명구. 그는 “2차전 이후에도 1경기에 1점만 냈으면 한다. 4승하면 되니까 4점만 내면 되겠다”라고 또 한번 크게 웃었다.
강명구의 발, 삼성의 주무기다. 죽었다가 살아났지만, 삼성엔 매우 소중하다.
[포효하는 강명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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