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구리 김진성 기자] 1년 8개월만의 2차연장전이었다.
26일 구리체육관.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서 만난 KDB생명과 KB가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두 팀은 올 시즌에도 최강 신한은행을 견제할 1순위로 꼽힌다. 올 시즌 출발은 대조가 된다. KB는 정선민의 은퇴와 김수연의 부상 공백에도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2승 1패로 순항했고, KDB생명은 김진영, 김보미, 조은주 등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시즌 전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 1승 2패로 저조한 출발을 보였다.
그래서 두 팀에 이날 첫 맞대결은 의미가 있었다. KDB생명은 KB를 잡아내야 팀 분위기도 살아날 수 있고 5할 승률로 올라설 수 있었다. 직전 경기인 신한은행전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던 터라 더더욱 승리가 간절했다. KB도 2연승 이후 상승세가 끊긴 상황. 지난해 접전 끝에 KDB생명을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간 자존심을 올 시즌 첫 맞대결서도 지켜내고 싶었다.
예상대로 경기는 접전이었다. 초반 KB는 변연하의 외곽포를 앞세워 무서운 득점력을 뽐냈다. 하지만, KDB생명도 신정자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 집중하며 추격을 했다. 한채진, 조은주, 곽주영, 이경은 등의 움직임도 고루 살아났다. KDB생명 특유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적인 플레이, 강력한 수비와 리바운드에 이은 빠른 공수전환이 살아나며 구리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신정자는 13점 17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 올 시즌 1호이자 개인통산 2번째. WKBL 통산 24번째였다. 조은주는 2000득점을 달성했다. 이날 KDB생명은 10점을 넘게 득점한 선수가 5명이었다. KB도 변연하가 3점슛 5개 포함 30점을 올리며 통산 3번째 800 3점슛을 기록했다. 정미란도 1000 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풍성한 기록이 나왔다.
그만큼 최선을 다한 플레이가 나왔다는 증거다. 이날 양팀은 2차연장 접전을 펼쳤다. 2011년 2월 11일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과 KB전 이후 1년 8개월만이었다. 2차연장까지 가서도 접전이 이어졌다. KB는 정선화가 연장전 들어 연이어 골밑 공략에 성공했고, 1차연장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 골밑 슛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KDB생명이 결국 2차 연장전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챙겼다. 루즈볼에 몸을 날리고, 리바운드를 위해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양팀 합계 5반칙 아웃이 4명이나 나왔을 정도로 육탄전이 펼쳐졌다.
올 시즌 여자농구는 신한은행의 독주체제가 예년처럼 쉽게 이어질 것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 KDB생명은 시즌 초반 삐걱거렸지만, 이날 승리를 계기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KB도 정선민과 김수연의 공백을 정선화의 활약과 나머지 선수들의 십시일반의 힘으로 잘 메워내고 있어 우승후보다. 우리은행도 예상 외로 선전 중이다. 베테랑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삼성생명과 비시즌 해체 파동으로 훈련이 부실했던 하나외환이 좀 더 승수를 챙겨준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리그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3라운드부터는 용병제도도 도입된다. 분명 볼거리다.
이날 KDB생명과 KB의 경기는 올 시즌 여자농구가 뜨거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1년 8개월만의 2차연장 접전. 그 치열함 속에서 희망이 보였다. 구리체육관을 찾은 팬들은 여자농구의 진수를 만끽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KDB생명-KB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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