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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가 사투리 쓰면 기본 자질도 안되고, 의지도 없는 거니까 당장 나가! 그리고 눈, 그 눈 갖고 무슨 주연을 하겠다고 그래. 그런 눈은 주연 못하니까 칼잡이나 해야 돼. 일본 순사도 잘 어울리겠네"
영화 '왕의 남자'를 거쳐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히어로', 최근의 '아랑사또전'까지 한류 톱스타 배우 이준기가 데뷔 초 감독들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날카로운 눈매가 트레이드마크인 이준기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신인 때는 눈을 어떻게 수술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눈과 사투리, 그 두 가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좋다. 최고의 시기를 만난 것 같다. 선배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 '시기를 잘 만나서 주연을 하는 거야. 옛날에는 조연도 못했어', 그럼 내가 '맞습니다 선배님! 전세가 뒤집혔군요'라고 한다"
2년 여의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2월 제대했다. 그 시간에 대해 이준기는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시간, 사람, 내게 주어진 기회의 가치들.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20대 때는 치열하게 살았다. 앞만 보고. '연기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각인되고 신뢰 받아야지'라고만 생각해서 여유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거나 혹은 내 자신에 대한 여유 같은 것들을 놓치고 지냈다. 그런 것들을 군대에서 생각하게 됐다. 군대에 가서도 처음에는 통제 받는 삶을 살고,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서 지내야 하니까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매일 같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여러 환경들에 맞닥뜨리면서 내적 갈등도 있었지만, 반면 깨달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유연해진 계기가 됐다"
"걱정을 많이 했다. 군 생활로 딱딱해졌을 내 몸과 마음이 과연 카메라 앞에서 제대로 반응을 할까 싶었다. 매일 같이 규율과 규칙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그러나 난 작품을 대할 때의 습관이 먼저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다지고 편하게 시작한다. 그래야 내가 놀 수 있는 판이 된다. 내 아군들이 있는 놀이터에서 내가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첫 촬영 때는 생각보다 편해서 나 자신도 놀랐다. 순식간에 감각들이 깨어났다"
이 때문에 스태프나 배우들을 한 곳에 모아 자주 회식 자리를 가졌다. 이준기는 "배우들도 도망갈 수 없다"면서 "그런 자리에선 사실 '저 이준기는 별 볼 일 없는 놈이니까 도와주십시오'라고 솔직하게 내놓는 순간이다. 그렇게 서로 편해지면 촬영장이 유연해진다. 물론 감독은 (회식 자리가 많아서) '이준기 때문에 작품 망하게 생겼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상대 배우인 신민아와도 가까워졌다는 이준기는 "신민아의 주변 사람들은 '민아가 저렇게 가깝게 대하고, 놀려고 하는 걸 처음 봤다'고 하더라. 나름 '초반에 편하게 대하는 작전이 잘 먹혔구나' 싶었다. 사실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다가가기 힘들 줄 알았다. 남녀 배우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 작품이라 둘의 교감이라든지 연기의 합이 중요했다. 그런데 신민아가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한 배우라 오히려 현장에서 잘 맞추면서 진행했다. 화려한 모습으로만 생각했는데, 배우로서도 프로페셔널하고 장점도 많다"고 전했다.
'아랑사또전'이 복귀작이 된 데는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 '로맨스'란 사실이 이준기의 마음을 움직였다.
"복귀작으로 로맨스를 택하면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로맨스는 생각보다 약했다.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로맨스 연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사실 내가 워낙 성향이 그런 쪽이 아니었다. 관심도 별로 없었다. 아직까지 사연 많고, 역경을 헤치는 캐릭터에 더 관심이 간다. 그렇지만 '아랑사또전'을 통해 로맨스에 대한 자신감과 재미를 느꼈다"
유난히 팬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배우다. 얼마 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차기작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팬들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존중할 줄 아는 이준기는 팬들의 호칭도 '가족'으로 부를 만큼 각별하게 생각한다.
"'가족'이란 호칭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그 분들은 내게 믿음을 갖고 항상 대가 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 나 역시 그 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긴장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어떤 때는 가족보다 큰 힘이 될 때도 있다. '가족'이라 하면 좋더라. 오글거린다는 분도 있긴 하다(웃음). '배우 이준기가 성장하는 모습 보는 게 좋다'란 말을 하실 때마다 진짜 가족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나이 먹고, 성장하는 게 좋다"
"계속 연락하고 있고, 얼마 전에도 만났다. '라디오스타'에서 쓸데없는 이야기 한 것 가지고 내가 뭐라고 좀 했다. '나도 라디오스타 나가서 당신의 모든 비리를 까발려 줄까' 그랬다(웃음). 나이 차이가 상당히 많지만 할리 형과 친구처럼 지낸다. 같이 지낸 시간만 16년이다. 내가 힘든 게 있으면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서로 도움이 된다. 16년을 할리 형과 지냈는데, 그 정도면 내 영어 실력이 할리우드 수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가 있다. 그 형은 영어를 절대 안 쓴다(웃음)"
[배우 이준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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