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트윈스를 떠난 선수가 다시 한 번 MVP에 등극하며 친정팀의 속을 쓰리게 했다.
박병호(26·넥센 히어로즈)는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 신인선수, 각 부문별 시상식에서 투표 인단 91명 가운데 73명의 표를 얻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넥센은 신인왕을 받게 된 내야수 서건창과 함께 구단 사상 첫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선수가 MVP를 받은 것은 사상 2번째이자, 2005년 손민한(롯데) 이후 처음이다.
2005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박병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2009년 기록한 .218의 타율과 9홈런이 개인 최다 기록이었을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넥센으로 오자마자 붙박이 4번으로 기용되며 타율 .254, 13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넥센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은 올해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 .290, 31홈런 105타점 20도루로 홈런과 타점, 장타율 부문 1위와 20홈런-20도루를 모두 달성한 박병호는 MVP에까지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LG를 떠나 날개를 편 박병호의 성공 스토리는 2009년 MVP 김상현(KIA 타이거즈)과도 비슷하다. 상무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LG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하다 새 팀에서 기량이 만개하며 MVP가 된 것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2009 시즌이 시작된 뒤 박기남과 함께 강철민의 트레이드 상대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상현은 이적 직후부터 놀라운 파워를 보이며 타율 .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홈런왕이자 타점왕이었고, 팀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MVP는 당연히 김상현의 차지였다.
김상현은 시즌 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선수가 시즌 MVP를 수상한 첫 번째 사례였다. 박병호는 김상현과 같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박병호 역시 LG에서 이적하고 이듬해에 MVP를 받아 자신을 보낸 LG에 후회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지난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일어났던 심수창-박병호와 송신영-김성현의 2:2 트레이드는 넥센의 압승으로 끝났다. LG 입장에서 이 트레이드의 흔적이라고는 송신영의 보상선수로 온 나성용(경찰청 입대 예정)밖에 없다.
LG 창단 이후 올해까지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를 겪은 뒤 MVP에 오른 선수는 단 세 명(2000년 박경완, 2009년 김상현, 2012년 박병호)이다. 그 중 불가피한 구단의 자금난으로 인해 쌍방울에서 현대로 간 박경완을 제외한 두 명은 LG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이 LG를 떠난 것은 팀이 이들을 다른 선수들과 바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트레이드의 결과는 참담했다. KIA와 넥센에서 LG로 건너온 선수들은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LG를 떠난 선수들은 최고의 선수로 탈바꿈했다. 신인왕도 LG에서 방출된 아픔을 딛고 일어선 서건창이 차지해 LG의 아쉬움은 두 배가 됐다.
[MVP를 받은 박병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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