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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는 국내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미국 아이비 리그 등 유명 대학은 많지만 '스탠퍼드'와 '하버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다.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32)는 'SKY'(서울대 연고대)를 중심으로 한 학력위주 사회의 진정한 희생자였다. 타블로는 5일 밤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의 힘들었던 싸움을 고백했다.
타블로는 "2009년 11월, 한 네티즌의 학력위조 의혹 제기했고 글이 퍼지며 논란 증폭됐다. 스탠퍼드대 졸업생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는 것. 본명은 '다니엘 선웅 리', 필명은 '다니엘 아만드 리'다. 필명으로 검색을 했으니 졸업자 명단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타진요' 회원들은 스탠퍼드 대학교 증명 서류도 조작이라고 했다." "방송에 출연해 내 졸업을 인정해 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들도 연기자라고 했다." "가족들까지 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로 위장해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타진요' 회원들은 20만명이다. (딸 출산 시) 의사나 간호사가 '타진요' 회원이라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나를 해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외식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3년 동안 외출을 자제 했었다."
한 마디로 '타진요' 회원들의 행동은 병적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우리네 이웃이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이들은 타블로에게 매달려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번 사건은 학력위주 사회가 낳은 폐단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서울대, 연고대 등 대학 간판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스탠퍼드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은 극에 달했고, 여기에 '딴따라'에 대한 멸시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이에 '타진요' 회원들은 '스탠퍼드를 조기 졸업한 인재가 왜 힙합음악을 할까'란 고질적 생각에 사로잡혔고, 학력에 발목잡히는 초라한 현실에 대한 열등감에 휩싸였다. 이는 고스란히 타블로에 대한 비난으로 향했다. 그들이 제기했던 주장과 근거들은 추측성, 감정적일 뿐이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은 '어떻게 스탠퍼드를 조기 졸업하고 음악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느냐'는 부러움의 외침으로 들린다.
'타진요' 회원은 지난 7월 실형을 받았다. '힐링캠프' 속 타블로의 고백은 우리 사회에 반성을 요구한다. 학력이 전부가 되는 교육현실, 연예인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성 마녀사냥, 이 두가지 비성숙한 시선이 모든 아픔을 견딘 타블로를 통해 성숙해지길 바란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타블로.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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