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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열풍이 이제 남미까지 번졌다. 남미 칠레에서는 벌써 국내 가수의 공연이 세차례나 진행됐고, 그 열기는 실제로 접하지 않으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오후 8시 칠레 비아 델 마르에 위치한 퀸타 베르가라(Quinta Vergara)에서는 'K-POP Festival Music Bank in Chile'가 열렸다. 이는 KBS 2TV '뮤직뱅크'의 월드투어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다.
현지에서 느낀 한류의 열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국인들을 보면 사진 촬영 요청이 빗발쳤고, 국내 가수들 뿐만 아니라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애정을 보냈다. 이런 칠레인들의 한국사랑은 K-POP 사랑을 뛰어 드라마로 번졌고,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칠레를 중심으로 남미에 불고있는 한류가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의 한류열풍보다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는 한국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다. 하지만 이런 거리상의 문제로 남미의 한류열풍이 특별하다고 말할 순 없다. 전세계에 인터넷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에서 지리상의 문제는 한류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한류보다 칠레의 한류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문화적 폐쇄성에 있다. 칠레에서 만난 현지 방송사 기자와 '뮤직뱅크 인 칠레'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대표 역시 이런 칠레의 문화적 폐쇄성을 거론하며 칠레 속 한류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현지 케이블 방송사 메가TV 기자 카비에나 폰세(24)는 "칠레의 한류 열풍에 놀랐다. 칠레 사람들은 다른 문화를 받아 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어른들은 한국의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미국 문화는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 들일수가 있지만 한국 문화는 전혀 반대의 것이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두번째 특별함은 10대와 20대 중심의 한류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가수들부터 장근석, 배용준 등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이 존재한다. 그만큼 한류 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 더 확산될 폭도 적다는 것을 동시에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칠레의 한류는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아직은 폭이 넓지 못하다. 그렇다고 한류 체감온도가 낮지는 않다. 한국 사람들에게까지 열광하는 칠레 속 한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한 일본이나 중국의 열기 못지 않다.
폭이 좁은 한류인만큼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10대와 20대의 자녀를 둔 부모세대들까지 한류에 동참한다면 그 규모는 상상하지 못할만큼 커질 것이다. 실제로 2일 진행된 공연장에는 자녀들로 인해 국내 가요를 접한 뒤 팬이 됐다는 부모들이 존재했다.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소니아 아르카(여. 45)는 슈퍼주니어의 팬이다. 4년전 딸의 권유로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를 접했고, 지금은 함께 공연장을 다니고 슈퍼주니어의 안무를 따라 할만큼 열성적인 팬이 됐다.
역시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스 코르테스(남. 37)는 휴대전화에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를 넣어 다닐 정도의 열정을 보였다. 그는 슈퍼주니어의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과 춤까지 좋아하는 팬이었다. 딸 역시 슈퍼주니어 팬이었고, 번역기를 이용해 노래 가사의 의미까지 다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공연 제작사 'bizarro'의 대표 알프레도 아론수는 "칠레의 어린 친구들이 오픈 마인드로 한국의 가요를 먼저 받아 드렸다. 그로인해 어른들도 조금씩 가요를 듣고 드라마를 보게 됐다. 최근 공항에 마중을 나가는 팬들 중 나이가 많은, 40~50대까지도 봤다"고 설명했다.
한류 열풍이 가요에서 끝난다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즐겨보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이민호, 구혜선 주연의 '꽃보다 남자'를 봤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은 매력적인 주인공과 재밌는 스토리였다. 특히 한국형 차도남은 칠레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꽃보다 남자' 속 금잔디(구혜선)의 캔디형 캐릭터는 남성들까지 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런 콘텐츠는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찾아볼수 있는 단골 소재다. 아직은 '꽃보다 남자'정도의 드라마를 시청한 칠레 팬들이지만 현재 메가TV에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할수 있는 만큼 그 한류의 폭은 가요에서 드라마로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남미의 한류열풍이 아시아 속 한류보다 특별한 마지막 이유다.
['뮤직뱅크 인 칠레' 무대에 오른 국내 가수들,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스 코르테스, 공연장 앞 칠레 팬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KBS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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