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2년만에 밟은 마운드가 어색했나 보다.
마구매니저 2012 B조 예선 요미우리-퍼스 히트전이 열린 9일 부산 사직구장. 퍼스 히트 선발 클라겟 앤서니가 6⅓이닝 4자책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스티브 피시 감독은 좀처럼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클라겟이 무너진 뒤 바론 리암과 재커리 멧을 투입했으나 추가실점하며 승부는 갈렸다.
스피브 피시 감독은 부산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8회말 시작과 함께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전날 롯데전 이후 요미우리전서 구대성을 무조건 투입할 것이라던 약속을 지켰다. 그렇게 구대성의 2년만의 국내 무대 나들이가 시작됐다. 그는 2010년 9월 3일 대전 삼성전서 마지막 등판을 했다. 조동찬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2년 2개월만의 등판이었다. 부산에선 2010년 4월 9일 이후 2년 7개월만에 등판했다.
그런데 예전의 그 위력적인 볼을 뿌리지 못했다. 첫 타자 초노 히사요시에게 1B1S에서 중전안타를 맞았다. 후속 오오타에겐 초구에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야노 겐지에겐 6구 접전 끝 볼넷. 무사 만루 위기였다. 예전에 한국에서 본 구대성이라면 이런 숱한 위기를 잘 막아냈을 것이다. 그는 한화 시절 마무리로 나서서 주자를 내보낸 뒤 무너질 듯 무너질 듯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희한한 매력을 선보인 바있다.
세월이 흘렀을까. 43세의 노장도 2년전과는 달랐다. 데라우치 타카유키를 유격수 땅볼로 출루시키며 1점을 내줬고, 가토 켄과 나가이 다이스케를 연이은 3루수 실책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구대성으로선 김이 빠지는 상황. 후속 마츠모토 테츠야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3점째를 내줬다. 실책 2개가 끼여 있어 자책점은 1점. 그러자 스티브 피시 감독은 구대성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기록은 ⅓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1자책).
그래도 경기장에 몇 안 되는 팬들은 구대성을 힘차게 응원했고, 박수로 격려했다. 호주에서 건너온 듯한 퍼스 팬들은 어설픈 한국말로 ‘대성쿠’를 외쳤고, 심지어 요미우리 팬들도 구대성이 내려가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는 듯했다.
특유의 꽈배기 투구폼은 그대로였다. 홈으로 공을 뿌리기 전에 상체가 거의 2루쪽으로 젖혀졌다. 이후 최대한 늦게 왼팔이 보였다. 경기 막판 타격감이 올라온 요미우리 타자들은 그러나 능숙하게 구대성의 볼을 정타로 연결했다.
구대성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의 표정은 아쉬움 반, 홀가분함 반이었다. 그렇게 구대성의 2년만의 한국 나들이가 마무리가 됐다. 구대성의 퍼스히트는 2패로 짐을 싸게 됐다. 구대성도 다시 호주로 돌아가게 됐다. 어쩌면 9일 사직구장에 모인 팬들은 구대성의 꽈배기 투구를 가장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보는 팬일지도 모른다. 비록 무너졌으나 아우라는 여전히 강력했다. 구대성은 여전히 구대성이었다.
[2년만에 등판한 구대성.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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