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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한국 사회에는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MC’, ‘국민타자’ 등 수 많은 ‘국민대표’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과 함께 타에 모범이 되는 좋은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국민 여동생’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2004년 영화 ‘어린신부’에서 귀여운 여고생 역할을 맡았던 배우 문근영이 그 시초라 볼 수 있는데, 당시 문근영은 귀여운 이미지와 똑 부러진 행동으로 배우 본업은 물론, 각종 CF에서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이후 수 많은 국민 여동생이 배출됐다. 심지어 피겨 선수 김연아에게 까지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이 붙여졌으니 대한민국 오빠들은 ‘여동생’을 갖고 싶었고, 미디어와 기획사는 ‘여동생’을 만들어 냈다.
가수 아이유도 그랬다. 10대 중반 데뷔한 아이유는 2009년 ‘그로우잉 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무거운 이미지의 곡을 부르는 노래 잘하는 중학생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고 그저 노래 잘하는 10대 가수 정도로 첫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아이유를 인터뷰한 기자는 “나이에 비해 원숙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말했고, 아이유 또한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잘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오랜 기간 실력을 쌓으면 아이유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린 나이에 심오한 감정을 담은 목소리는 그녀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는 ‘아이돌’로 돌아왔다.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이겠지만 당시 유행하던 ‘아이돌’ 코드에 맞춰서 발랄한 ‘마쉬멜로우’라는 곡으로 무거웠던 이지은 이라는 흔한 이름이지만 자신의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던 어린 가수를 아이유라는 대중이 원하는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변신시켰다. 수수한 옷차림과 손에 들고 있던 통기타는 발랄한 아이돌스러운 의상과 몸에 밀착할 수 있는 핀 마이크로 대체됐다.
이후 아이유는 성공가도를 걸었다. ‘마쉬멜로우’이후 ‘잔소리’ 등 모든 곡이 성공했고, ‘오빠가 좋은걸’을 외치던 ‘좋은 날’은 3단 고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아이유를 ‘국민 여동생’으로 만들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국민 여동생’이 된 아이유는 여느 아이돌과 마찬가지의 행보를 걸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미지를 팔기 시작했다. 아이유 한 명으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사정을 십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데뷔 당시 아이유가 잡았던 ‘아티스트’의 행보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초반 아이유를 좋아했던 대중들은 ‘아이돌’스럽지 않은 아이유를 좋아했다.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통기타를 들고 원숙한 목소리를 뽐내는 그녀에게 반해서 통기타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송 속 아이유의 손에서 통기타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MR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 횟수만큼 음악 프로그램 출연 횟수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민 여동생’이 된 아이유는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과 셀카 사건이 터졌다. 소속사에서는 “친한 선후배 사이이며 병문안을 했을 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만약 아이유가 데뷔 초 기획했던 ‘아티스트’ 노선이었다면 후폭풍은 이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과거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마초로 곤욕을 치를 때도 그들의 노래가 좋았던 대중들은 다시 음반을 샀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힘을 더했다.
하지만 ‘국민 여동생’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힌 아이유는 그렇지 못했다. ‘여동생’이 가져야 할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은 일이 불거진 것이다. 소속사가 병문안 이라고 해명까지 했지만 대중들은 의문의 사진 한 장으로 아이유에 대해 “국민 여동생은 갔습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국민 여동생’은 영광스러운 호칭이다. 아이유 또한 이 ‘국민 여동생’ 호칭을 얻으면서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그 호칭은 이제 그녀에게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아이유가 소속사가 말하듯 ‘아티스트’라면 이 난관을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고, 추후 발표할 그녀의 음반 수입 또한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로만 쌓여진 ‘국민 여동생’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아이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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