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과연 정현욱(34)은 다를까?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우완 불펜투수 정현욱이 LG 트윈스와 전격 계약에 합의하며 푸른 줄무늬에서 검은 줄무늬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LG는 17일 FA 정현욱과 계약기간 4년, 옵션 포함 최대 28억 6천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G는 역대 세 번째 투수 FA 영입이다. LG는 지난 2003 시즌을 마치고 진필중과 4년 30억에 계약을 맺었고, 2006 시즌 후에는 선발 박명환을 4년 40억이라는 거액에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둘의 영입은 실패로 끝났다.
2001년 두산의 우승을 이끈 이후 진필중은 전성기를 지나고 있었다. 미국 진출 추진이 실패로 돌아간 뒤 KIA 타이거즈로 옮긴 진필중은 LG의 부름을 받아 다시 잠실로 돌아왔지만 한 시즌도 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박명환도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은 초라했다. LG에서의 첫 시즌인 2007년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9로 팀의 중위권 경쟁에 앞장섰지만 이후 4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까지 LG에서 머무른 6년간 14승밖에 올리지 못한 박명환은 통산 100승을 완성한 것 외에는 2008년 이후 LG에서 이룬 것이 없었다.
정현욱도 불안감을 가지고는 있다. 78년생인 정현욱은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다섯이다. 노쇠화 기미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나이다. 정현욱보다 한 살이 많은 송신영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LG를 떠나 한화 이글스와 FA 계약했지만 실망스런 모습만 보였고, 결국 NC 다이노스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30대 중반을 넘긴 타자들은 공통적으로 "예전엔 넘어갈 타구가 지금은 펜스 앞에서 잡힌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대로 투수들은 뜬 공이 자주 넘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정현욱에게 잠실이라는 넓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내구성도 검증됐다. 정현욱은 2008년 이후 매년 50경기 이상 꾸준히 등판했다. 평균자책점도 3.42 이하로 유지됐고, 때로는 2이닝씩을 던지기도 하며 2008년에는 127이닝을 책임지는 등 이후 매년 70이닝 가까이 소화해왔다.
성실한 성품도 정현욱의 성공을 예견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전 시즌보다 동기부여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현욱은 프로야구에서도 손꼽히는 책임감 강한 남자다. LG는 정현욱 영입을 통해 불펜의 필승조 1명은 물론 마운드의 리더까지 얻었다.
정현욱의 성공 여부에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 진필중과 박명환으로 이어진 LG의 FA 투수 영입 잔혹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FA 불펜 투수들의 신뢰 회복이다. 지난해 FA 계약을 맺은 정재훈(두산 베어스), 이승호, 송신영(이상 NC 다이노스)은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막판 임팩트 있는 활약을 했지만 정대현도 전반기에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향후 잇따라 FA가 될 불펜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도 정현욱의 분발이 절실하다.
[정현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