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진구는 1980년생이고, 배수빈은 1976년생, 한혜진은 1981년생, 아이돌 그룹 2AM의 멤버이면서 꾸준히 영화에도 출연하는 임슬옹은 1987년생이다.
이들은 모두 1980년 5월 18일에 벌어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다고는 할 수 없는 세대다. 심지어 한혜진과 임슬옹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의 일이니까.
그러나 이들은 결연한 의지로 영화 ‘26년’에 참여했다. 한혜진은 22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결정하기에 앞서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이 작품을 놓치고 다른 여배우가 미진 역을 하는 것을 본다면 배가 아플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혜진 외에도 다른 배우들 모두 “이 작품을 한 것은 잘한 일 같다”며 입을 모았다. 어떤 뜨거운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에 공감을 느낀 이들 젊은 배우들은 1980년대를 돌이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어야 했다.
한혜진은 “이 영화를 하기 전에는 당시의 일을 많이 알지 못했다. 특히나 이경영 선배님이 연기하신 계엄군의 아픔에 대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저희도 접근이 어려웠다.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다큐나 시사 프로그램을 봤고 ‘박하사탕’ 등 관련 영화도 보면서 많이 공부하고 공감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수빈은 “어렸지만 그 시절 최루탄 냄새가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학교 근처를 가면 너무 코가 매워 냄새가 맡기 싫어 빨리 집에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어 영화들을 하고 근대사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고 그런 와중에 이야기해야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망월동 묘역도 다녀오고 당시의 다큐멘터리나 자료들을 많이 보면서 철저한 팩트를 바탕으로 표현 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가장 어린 임슬옹은 “캐스팅 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신문을 받아본 것이다. 정치에 대한 것, 역사에 대한 것들을 공부하고 더불어 사회경제에 대한 부분도 공부를 했다. 비단 영화 뿐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사 경제사를 공부하고 학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장에서 영화 ‘26년’의 원작자인 강풀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강풀 작가는 ‘26년’의 개봉시기가 11월 29일로 확정된 것 같다며 “그런데 영화가 개봉돼야만 실감이 날 것 같다. 아직 거쳐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워낙에 고초를 많이 겪은 영화라 그랬다. 2008년부터 수 차례 제작이 시도됐었지만,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지금 탄생한 영화 역시도 크라우드 펀딩에 제작두레라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일부 조달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면서 강풀 작가는 “‘26년’의 제작현장은 말 한 마디 꺼내기가 힘들었다. 모든 영화 촬영현장은 뜨겁지만 ‘26년’은 너무나 뜨거웠다. 개봉일에 맞추기 위해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배우들의 열의가 대단해 현장에 가서 장난을 못 칠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그런 결연함은 영화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어쩌면 원작 팬들은 영화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작의 진한 여운이 느껴지는 결말 대신 조근현 감독과 영화사 청어람은 피해자들의 울분이 느껴지는 악다구니를 선택했다. 일부 캐릭터는 축약 탓에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 사람’으로 인해 모든 인생이 파괴돼버린 이들의 설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구(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한혜진 배수빈 임슬옹. 사진=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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