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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그래도 못 믿겠다!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현장 습격기.
본지에서는 케이블 채널 tvN의 장수 프로그램이자 언제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화성인 바이러스’ 연출을 맡은 문태주 PD를 인터뷰 했다. (11월 16일자 ‘화성인 바이러스’ PD, 당신 사기꾼이지?)
언제나 논란이 되지만 어둠 속에 가려져서 일체 해명을 하지 않던 문 PD가 어렵게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 놨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독자는 “PD말만 듣고 믿을 수가 없다”, “출연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게 하더라” 등의 항의 혹은 제보 메일을 보내왔다.
이렇게 일부 독자 혹은 네티즌의 제보와 지적은 ‘그래, 독자들이 원하는 곳 까지 파헤쳐 보자’라는 오기로 발현됐다. 제작진의 입장이 아닌 출연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화성인 출연자들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인터뷰는 물론 전화 연락까지 받으려 하지 않았다. ‘화성인’ 출연 뒤 조작이라는 주장을 한 일부 출연자 또한 행방이 묘연하거나 일체 프로그램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총 190여회를 방송했다. 회당 2명씩만 나와도 어림잡아 400여명이 출연했다. 이많은 출연자 중 제보를 해줄 사람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게시판 등을 통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늘어 놓던 이들이 정작 해명을 하지 않다니 말이다.
결국 방향을 급선회 했다. 녹화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화성인 바이러스’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과정 일체를 참관, 아니 감시 하기로 했다. 물론 방송사 측에는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 현장을 보고 싶다”라고 요청했다.
만약 대중의 의심대로 조작 방송이라면 당연히 채널 측이 막으리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이게 왠걸? 요청을 하고 불과 30분이 지나지 않아서 ‘OK’라는 답변이 떨어졌다. 27일 방송분인 192회 녹화 현장을 공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생각보다 쉽게 말 많은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현장을 찾게 됐다. 방송 이후 국내 언론에는 첫 공개였다. 뿐만 아니라 기사의 ‘눈’이 될 사진기자까지 동행할 수 있다는 답변까지 들었다.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를 진행하는 상암 DMS로 향했다. 녹화 예정시각은 오후 1시. 예정 시각보다 30분 앞서 현장에 도착했다. ‘화성인’ 녹화가 진행되는 스튜디오 임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선명하다.
무작정 들어간 스튜디오 내부에는 익숙한 ‘화성인’ 세트장이 자리해 있었고, 스태프들은 촬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녹화 시작 10분을 앞두고 스튜디오에 도착한 담당 문태주 PD는 “드릴 것은 없고…”라며 생수병을 건낸다. ‘물을 먹으라는 건가?’, ‘이 사람이 우리의 의도를 눈치챈 것인 가?’라는 의심을 던지며 씁쓸하게 취재 준비를 했다.
갑자기 머리에 노란가발을 쓴 한 여성이 스튜디오로 들어온다. 아 화성인의 또 다른 마스코트 V걸 한송이었다. 동행한 사진기자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날카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화성인이 등장하는 자동이 아닌 수동문에는 한 여성이 계단을 내려오는 연습을 하고 있다. 높은 힐이 어색한 듯 안절부절하면서 스태프들에게 뭔가 지시를 듣고 있다. 그 순간에도 동행한 사진기자의 시선은 V걸에 쏠려 있었다.
오후 2시 8분 스튜디오에 가장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성주 였다. 뒤 이어 김구라, 이경규의 3MC가 등장했다. 허리춤에 마이크를 차고 착석한 MC들에게 “녹화갈까요?”라는 문 PD의 질문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방송 녹화에서는 사전 회의나 작가진이 MC들에게 다가가서 뭔가 논의를 하기 마련인데 3MC가 등장해 물 한잔 마실 시간을 주고 녹화에 들어가자고 한다. 더 취재진을 경악하게 한 것은 대본이라고 MC들에게 주어진 것은 출연자 신상과 순서가 적힌 메모가 끝이다.
진행자가 모든 것을 외울 수는 없기에 방송용 대본을 띄우는 ‘프롬프터’는 김성주의 방향으로 설치된 것이 전부였다. 일반적인 예능프로그램 촬영장이라 보기에는 너무나 허전했다.
가장 먼저 녹화가 시작된 것은 ‘현찰 홀릭녀’로 방송에 나간 문세영씨 였다.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문 씨에게 김구라는 “모델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떤 뒤, “홍보관련 의도가 있지 않나요?”라고 다짜고짜 질문을 던진다.
녹화는 그렇게 진행이 됐고, 한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문 씨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은 것. 이경규가 “자신있게 말씀을 하세요”라고 말하지만 목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방송 녹화라면 NG상황. “이대로 방송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한 스태프가 스케치북을 들고 문 씨의 시선 쪽으로 간다 “목소리 크게 해주세요”라는 당부가 담겨있다.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30분이 흐른 시점에도 화성인의 목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그래도 녹화는 끊기지 않았고, 40분이 된 시점에 사전 녹화분량인 VCR이 스튜디오에 나간다.
방송에는 보여지지 않는 상황에 제작진은 문 씨에게 다가가서 자세를 고치고 목소리 지적만 하고 끝난다. 지금까지 너무나 재미 없었던 발언을 수정하거나 다른 ‘화성인’들의 주장 처럼 일체 제작진은 강요도 하지 않고 참조할 대본까지 주지 않았다.
결국 현찰 홀릭녀 문 씨의 방송은 ‘너무나 재미 없게’ 끝났다. 브라운관에서 보던 ‘강한’ 화성인의 모습이 아닌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나 ‘VJ특공대’ 수준의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나 정보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마이데일리 취재진의 ‘화성인’ 탐방기는 2에서 계속됩니다.
[화성인 바이러스 녹화현장.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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