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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피에타’ 개봉 직전 기자들과 만나 베니스 행 소감을 말한 자리, 그리고 먼 이탈리아 땅에서 들려온 낭보, 귀국 후 다시 만난 여러 축하 파티들, 단연 주인공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국내 유수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배우 조민수(47).
이 모든 일은 불과 4~5개월 사이 일어난 드라마다.
지난 8월 말 처음 조민수를 만났을 때 그랬다. “칸 영화제 프레스 센터에서 자국 영화들이 상을 타자 해당 국가 기자들이 환호했어요. 우리는 묵묵히 타자만 치고 있었는데 여기서 한국 영화가 상을 받으면 올림픽에서 승리한 것처럼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선배님은 국가대표입니다. 꼭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그 때 조민수는 “상은 무슨, 기대도 하지 않아요”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그렇게 내저은 손이 무색하게 영화 ‘피에타’는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조민수는 “마치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었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만난 그는 “이제 국가대표는 싸이죠”라며 슬쩍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연이은 여우주연상 세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였다.
“받을 것 다 받자고 농담처럼 말해요. 내년에는 받고 싶어도 못 받을 테니 참석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다 가서 축하를 받고 감사인사를 드리며 내 인생의 추억거리가 될 2012년을 그렇게 저장할 거예요.”
좋은 소식은 또 들려왔다. 조민수는 지난 23일 제 6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에서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고 돌아왔다. 당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배우로서는 최고 영예의 상을 받은 것이다.
‘피에타’의 영광을 뒤늦은 전성기라고 표현해야할 정도로 조민수는 사실 상복이 없었던 배우였다. 1985년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 1987년 KBS 우수연기상과 1989년 KBS 최우수연기상, 1990년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은 것이 ‘피에타’ 이전 그의 수상 이력의 전부다.
“내가 받아든 상패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이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확신하는 것이겠죠. 누군가 내가 받은 상을 놓고 ‘쟤가 왜 받아’라고 한다면 그건 의미 없는 상이에요. 오히려 벌이 되죠.”
상은 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를 통해, ‘피에타’를 통해 조민수가 얻게 된 진짜 선물은 무수한 상패들이 아닌 그의 이름 석자가 지닌 의미를 다시 알렸다는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누군가가 조민수를 말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지금껏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배우의 존재가 이토록 독보적이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조민수가 상을 받은 이유인 동시에 상 이상의 성과가 바로 이 점이다.
조민수는 끝으로 그의 후배 여배우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가 좀 있는 후배가 '언니가 이렇게 돼서 너무 좋아. 나한테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하는 희망이 생기니까' 라고 말했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너무나 좋았죠. 할리우드도 마찬가지고 여배우로서 표현하는 배역의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평탄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고 하죠. 기회는 반드시 와요. 그러니 여배우들이 나이 먹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말았으면 해요. 다만 기회 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죠.”
그리고 덧붙이는 마이데일리 8주년 축하 인사.
"마이데일리에서 저에 대한 기사를 많이 다뤄줬어요. 연기자가 그래요. 자신이 한 말이 많이 나가면 너무 고마운 마음이 있어요. 8살 생일에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너무나 고맙고, 앞으로 나이먹으면서 서로를 잊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민수.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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