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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제가 공을 잡기만 하면 와~했죠.”
28일 고양체육관.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개막전을 준비하는 SK 문경은 감독이 잠시 농구대잔치 시절의 회상에 젖었다. 이번 대회가 농구대잔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이날 경기장을 찾은 농구인들과 팬들은 한번쯤 과거 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을 회상했을 것이다.
문 감독이 누구인가. 한국 농구를 얘기할 때 빠져선 안 될 인물이다. 현역 시절 람보슈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정확하고도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앞세운 불세출의 슈퍼스타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신동파-이충희 등으로 이어진 국내 슈터 계보는 문 감독을 끝으로 끊겼다고 봐야 한다. 그 정도로 문 감독의 외곽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문 감독은 연세대 90학번이다. 90년대 초반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의 우승을 이끈 오빠부대 스타의 중심이었다. 문 감독은 “그땐 공을 잡기만 하면 팬들이 와~하고 난리가 났었다. 지금은 (김)선형이가 볼을 잡으면 와~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선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라고 했다. 농구인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또 문 감독은 “최희암 감독님이 말도 못하게 엄하셨다. 그러다 대회 1주일 전이 되면 부드럽게 대해주셨다. 그 꼬임에 넘어가서 대학 생활을 했다”라고 껄껄 웃은 뒤 “대학 졸업식 후 농구대잔치 결승전에 나가서 상무를 꺾고 우승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뒷풀이에서 양주를 머리에 붓고 난리도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런 문 감독에게 이날 맞상대한 연세대는 분명 특별했다. 또 연세대 감독이 문 감독의 2년 선배 정재근 감독이다. 문 감독은 “재근이형이 2년 선배다. 마산고를 나오셨고 전 서울출생인데도 처음에 들어가니까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숙소생활, 단체생활을 같이 했던 기억도 나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면서 재근이 형과 농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재근이 형은 워낙 똑똑했고, 농구를 잘 하셨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였다. 문 감독은 “연세대 후배들이라고 봐줄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정규시즌 1위 팀인데 대학팀에 지면 대망신이다”라며 웃었다. “김준일, 허웅 등 연세대 선수들을 연구했다. 우리도 김효범, 김동우를 기용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려주고, 신인 정성수의 기량도 점검해볼 것이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문 감독의 SK는 개막전서 전반 내내 연세대에 쩔쩔 맸다. 경기 시작할 때 편안하게 앉아서 관전하던 문 감독은 후반 들어 선수들을 독려하며 적극적으로 나섰고, 결국 SK는 후반 진땀 역전승을 거뒀다. 문 감독으로선 농구대잔치 추억도 추억이었지만, 눈 앞의 승부에 적지 않게 고생한 하루였다.
[문경은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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