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실적인 문제인가.
KBL과 대학농구연맹이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이 개막했다. 28일 SK-연세대, KGC인삼공사-중앙대전 모두 결과적으론 흥미진진한 승부였다. 하지만, 실상 프로팀이 여러 이유로 주전들을 대거 빼고 사실상 1.5군급으로 나서며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SK와 KGC인삼공사의 경기 내용은 졸전에 가까웠다. 두 팀 모두 2점슛 성공률이 45%, 47.4%에 불과했다.
▲ 1.5군 프로팀들, 그들만의 이유는 있다
SK는 김선형, 최부경, 김민수, 주희정 등을 기용하지 않았다. 김민수는 최근 부상을 입었으나 나머지 주전들은 휴식 차원에서 뺐다. 심지어 KGC인삼공사는 이상범 감독이 대회 직전부터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을 이번 대회서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주전들이 빠진 두 팀은 그동안 긴 시간 출장하지 않은 선수 위주로 경기를 치렀다. 경기 감각도 부족했고, 조직력도 부족했다. 최상의 경기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단히 벼르고 나온 대학 후배들에게 혼쭐이 났다.
이번 대회는 프로농구 2라운드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시작했다. 5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상황에서 또 다른 대회를 치르게 된 것. 프로팀에 우승 상금 5000만원으론 전혀 의욕이 오르지 않는다. 또 이 대회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연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모기업으로부터 보너스를 받는 것도 아니다. 프로팀들은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망신인, 부담스러운 대회다.
이번 대회서 치르는 경기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자칫 부상이라도 당한 뒤 3라운드에 뛰지 못한다면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프로 팀이 도저히 100% 전력을 기울일 수 없는 현실이다. 접전은 펼쳐졌지만, 긴장감은 2% 부족했다. 결국 KBL의 성급한 대회 준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 프로팀들 준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망신 당한다
프로 팀들은 현실론 속에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결국 이번 대회는 프로팀 하기 나름이다. 대학팀들 역시 4학년들이 프로로 진출했고, 고등학교 3학년이 막 합류한 상황에서 조직력이 온전치 못하지만, 대학리그를 끝낸 상황이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 프로팀이 최선을 다해야 맥 빠진 승부가 나오지 않고 대학 팀들도 하나라도 배워간다.
KGC 이상범 감독은 뒤늦게 뼈저린 반성을 했다. “2명에게 30점 이상 내줬다는 건 내 패착이다. 사실 전혀 선수들을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중앙대 김유택 감독은 “대학생들은 프로 경기를 본다. 하지만, 프로는 정규시즌 중 대학 경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프로가 대학을 옳게 분석하지 않고 어설프게 나오면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프로 팀들이 잠깐이라도 주전들을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전들을 뺄 수밖에 없는 게 이해는 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첫 경기부터 주전 기용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프로 감독들이 너무 몸을 사린다”라고 아쉬워했다.
대다수 프로팀 사령탑은 “몇 경기 이기면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늘리겠다”라고 했지만, 그럴 경우 프로-대학 매치업으로 짜인 1회전은 맥 빠지는 승부가 되고 만다. 이미 첫날 경기가 그렇게 됐다. 이번 대회는 1회전이 큰 의미가 있다. 16강전, 8강전이라 해도 프로팀들간의 승부는 프로농구에서 봐도 된다. 이번 대회 취지 자체가 프로와 대학 팀들의 수준높은 맞대결을 유도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갈 위기다.
어쨌든 타이틀이 걸린 공식 대회라면 프로가 최상의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대학팀들에 대한 예의다. 프로 팀들의 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기왕 대회를 치를 것이라면, 좀 더 성의있게 대회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면 안 된다.
▲ 마지막 승부? 대회 시기 재논의 필요하다
KBL 한선교 총재는 26일 미디어데이 행사 시작에 앞서 “내년에는 대회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프로농구 시즌 개막에 앞서 이 대회를 치르면 프로 팀들도 최선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프로농구 시즌 개막에 앞서서 이 대회를 치를 경우 대학팀들이 대학리그가 한창이기 때문에 리그 일정 조정을 해야 한다.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농구 개막 직전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보통 포스트시즌은 공중파에서 생중계하기 때문에 케이블 TV 생중계는 용이할 수 있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아예 여름에 대회를 개최할 경우 농구 붐 조성에서 좋지만, 프로야구 정규시즌 중이라 케이블 TV 생중계의 어려움이 생긴다. 또 프로 팀들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국제대회 일정도 체크해야 한다.
고양체육관엔 28일 하루 종일 드라마 ‘마지막 승부’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그 시절 팬들의 함성을 100%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향수를 일으키겠다는 게 KBL의 의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회 개최 시기 및 시스템을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 KBL, 대학농구연맹, 프로팀들과 대학 팀 모두 이 대회를 다시 생각해보고 접근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대회 취지만 거창하다.
[SK-연세대전 후 서로 격려하는 선수들(위), KGC인삼공사-중앙대전 볼 다툼(중간), SK-연세대전 볼 다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