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난 참 운이 좋은 녀석인 것 같다.”
박찬호(39)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은퇴기자회견을 갖고 정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11시 조금 넘어 깔끔하게 회색 슈트를 차려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다음은 박찬호의 은퇴사 전문이다.
▲ 박찬호 은퇴사.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관심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많이 고민 했다. 긴 시간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은퇴 결심을 하기가 어려웠고 시간이 필요했다. 은퇴 결정을 한 게 아쉬움도 있고 그리울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제 끝난다는 말을 드리는 것보다 다시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또 다른 약속, 도전, 꿈을 위해서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할 것 같다. 하룻밤 사이에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제일 힘들었던 건 한 시즌 동안 같이 했던 후배들이 보내준 메시지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미안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왔었는데 내가 몰랐던 후배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마웠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단장님, 사장님을 만났다. 한화에선 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주셨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심각한 고민을 했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앞에 놓여있는 유니폼을 보니까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을 때, 프로와 대학 갈림길에 섰을 때, 대학 진학을 결정했던 것. 미국과 한국을 놓고 갈림길에서 미국 진출을 했고 다저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것, 양키스에서 방출 당하고 정말 은퇴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였을 때 피츠버그에서 손을 벌려줬던 것. 그래서 124승을 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소망해왔던 한국 진출이 눈 앞에 있었을 때 설??? 한화 유니폼을 입고 1년 전 이때 입단식을 한 장면, 한국무대 첫 등판해서 공을 던지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느낌은 다저스에서 첫 등판할 때보다 오히려 새로웠고 더 의미가 깊었다. 유니폼을 보면 사연들도 많고 행복했고 고맙고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늘 한결 같은 부모님, 와이프와 아이들, 변함없이 힘들 때 외면하지 않았던 팬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생각해보면 참 운이 좋은 녀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멋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가 재미있고 또 친구보다 선배보다 잘해보겠다는 생각에 노력을 했고 우승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메이저리그에서 긴 시간을 몸담았던 걸 생각해보면 운이 좋은 것 아닌가 싶다. 한국 야구 역사상 저 만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밤새 생각을 많이 했다 무슨 얘기를 할까. 준비도 많이 하고 기억도 떠올리고 어떻게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는데 여러분 앞에 서니까 말문이 막힌다. 감사하다는 말씀, 감사한 분들 떠올리면서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 야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한화 이글스와 타구단 사장님,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 한 시즌동안 함께 해주고 의지해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힘들었는데 꿋꿋이 어려운 팀을 이끌어 가는 한대화 감독이 배려, 이해심을 갖고 이끌어줘서 감사 드리고, 내가 기댈 수 있는 동기 정민철 코치에게 고맙다. 한국에서 목표를 갖고 한국야구에 진출했는데 한국야구를 위해서 그리고 한국 선수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앞으로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것이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속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서 죄송스럽다. 이젠 공은 던지지 않지만 한국야구와 한화 선수들과의 교류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박찬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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