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찬호가 은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입 밖에 꺼낸 건 2009년이었다.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에 입단했다. 2008년 친정팀 다저스에서 재기에 성공했으나 선발투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팀을 옮겼다. 박찬호는 시범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 시즌 초반 선발로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부진을 거듭했고 결국 불펜으로 강등됐다.
박찬호는 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뒤 샌디에이고전서 1이닝 4실점을 했다. 이후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은퇴를 해야 하나 싶었다. 오말리 씨집을 찾아갔다. 은퇴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진로에 대한 걱정, 안 좋은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토해냈다. 오말리 씨가 그때 저에게 큰 용기를 줬다”라고 회상했다.
피터 오말리는 현 샌디에이고 구단주다. 과거 다저스 시절에더 구단주였고, 최근 박찬호가 미국에 체류했을 때도 마지막까지 은퇴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박찬호에게 오말리는 멘토다. 오말리는 당시 이렇게 말해줬다고 한다. “가족이 아프고 아이들이 병원에 가야 하는 일보다 더 걱정되는 건 없다. 넌 충분한 커리어가 있다. 오늘 경기서 안 좋은 걸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재미있게 던져라. 언제 은퇴를 하든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충분히 고민한 다음에 원하는 계획을 잡아라. “
박찬호는 이후 큰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오말리의 조언으로 다시 한번 불펜 투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말리 씨의 조언 이후 다저스와의 경기서 3이닝동안 퍼팩트로 막았고, 월드시리즈에도 나갈 수 있었다”라고 웃었다.
박찬호는 “시련을 겪다 보니까 야구가 머리로 하지 않고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 걸 배웠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 어떠한 자세로 떠나고 어떻게 떠나는지 배우게 됐다. 마운드에 서면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시련과 환희 모두 추억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시련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박찬호는 결국 3년을 더 뛴 뒤 은퇴를 선언했다. 스스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등판을 했을 때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한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진작에 은퇴할 마음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후 미국에서 체류하며 생각을 정리한 뒤 결국 11월 30일 은퇴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박찬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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