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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26세의 루시아(본명 심규선)는 스무살 때 대학가요제 금상 입상, 이후 최근 이승기와의 공동 작업으로 화제를 모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반에 다수 참여하고 그가 프로듀싱한 정규 1집 '자기만의 방'으로 가요계에 발을 내딛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지난 10월 17일 1년 만에 자작곡 10곡이 수록된 정규앨범 못지않은 미니앨범 '데칼코마니'를 발표하고 더욱 루시아스러운 스타일로 돌아왔다.
"모든 곡을 내 자작곡으로 채웠고 앨범 속 그림, 폰트, 콘셉트 등도 모두 내가 결정하고 고집을 부려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기에 지난 앨범들보다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앨범 디자인은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예쁘게 나왔다고 해주셔서 만족했다."
이번 앨범에 루시아가 그만큼 애착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실질적인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피톤 프로젝트와 오랜시간 작업한 만큼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을 터다.
"확실히 이 전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을 내 목소리를 빌려 부른다는 느낌이 강했고 그러다 보니 나를 지금도 루시아가 아닌 에피톤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그 분을 통해 발라드도 처음 불러보게 됐는데 이후 발라드를 부르는 내 모습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아졌고 완전히 배신할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거의 대부분을 발라드로 채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에피톤 프로젝트스럽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전에는 내가 곡자의 느낌에 맞추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 스타일을 추구했기 때문에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루시아가 데뷔 하기 전부터 UCC 동영상 등을 통해 그녀를 눈여겨봤고 피처링 제의 뿐만 아니라 여러 디지털 싱글 작업에 앨범 프로듀싱까지 나서며 애정을 보였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나에 대해 고집이 참 세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안하면 안 되는 친구라고 했다고 들었다. 내가 없는 곳에서는 내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는 데 대면해서는 당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급한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전화해 조언을 구하는 분이 그 분이고 언제든 도움을 주시는 분도 바로 그다."
사실 루시아와 그녀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비단 에피톤 프로젝트 뿐만은 아니다. 배우 공유는 지난 18일 루시아의 앨범이 발매된지 불과 하루 만에 자신의 공식 팬카페를 통해 "아무래도 이 달의 앨범은..."이라며 "루시아의 '데칼코마니' 너무 좋네. 공유합시다"라고 추천글을 남겼고 이어 19일 오전에는 "에피톤 프로젝트 시절부터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아냐고? 그러고 싶다"며 그녀의 새 앨범 수록곡 중 '그대의 고요'를 추천하는 글도 추가로 게재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영화 '가비'의 원작을 쓴 김탁환 작가 역시 트위터에 "오늘은 루시아의 목소리를 오전 내내 들으렵니다"라는 멘션을 남기며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오늘', '어떤 날도, 어떤 말도' 등 그녀의 대표곡들을 잇달아 추천하며 애정을 보였다.
이에 대해 루시아는 "정말 감사드린다. 오히려 내가 더 깜짝 놀랐다. 그 분들 덕분에 내 노래도 덩달아 더 알려지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정말 기뻤다.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가수 김건모는 루시아의 곡을 우연히 듣고는 '내 노래를 불러보게 하고 싶다'며 적극 추천, 루시아가 KBS 2TV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 이 외 배우 최강희, 개그우먼 박지선 등도 루시아의 노래에 팬임을 자청하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루시아의 노래가 사람을 끄는 힘은 뭘까? 루시아는 18세 때 처음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지만 미술학도를 꿈꾸던 루시아는 미술을 계속하기 위해 꾸준히 재료비가 필요했고 이를 가요제에 입상한 상금들로 충당했다.
루시아는 "아마 당시 '슈퍼스타K'가 있었다면 거기에도 나갔을 거다. 학창시절 전국 방방곡곡 가요제란 가요제는 다 나갔던 것 같다. 제일 못했던 게 동상이었다. 하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고 당시엔 순위를 매기고 경쟁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간 대회가 여수 국제 록페스티벌이었고 그 곳에서는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부산에서 노래 좀 한다는 또래를 규합해 밴드 활동도 했고 이후 대학가요제까지 응시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루시아가 18세에 진로를 미술에서 음악으로 바꾼 것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생계가 앞섰고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를 몰랐을 때 "모든 예술은 뿌리가 같고 가지가 다르다"며 진짜 재능을 찾아주고 그 길을 갈 것을 격려해준 선생님의 힘도 컸다. 이후 음악에 올인한 루시아는 2005년도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탔고 걸그룹 제의를 받는 등, 여러 기회들이 찾아왔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다.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이고 싶은 작은 소녀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기에 더 음악에 대한 애착과 자신만의 음악에 대한 소신이 생겼을런지도 모르겠다. 루시아가 직접 만든 곡들에는 문학적인 감성이 듬뿍 녹아있다. 한 편의 시같고 소설같고 여성이라면 더 공감할 만한 서정적인 가사들과 산들바람 같은 목소리,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뮤직 등의 표현이 루시아에게 붙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나는 작곡과 작사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이번 앨범을 통해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돌이켜 보면 뭔가 부족했단 부분도 생기지만 '더 이상의 최선은 있을 수 없다'란 생각으로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 이번엔 발라드 위주가 됐지만 아직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나는 지금 대중가수도, 완전한 인디신도 아닌 그 경계에 서 있다. 수면 아래 그렇게까지 많이 드러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 음악이 절대 모자라다는 것은 아닐 거다. 계절을 타고 들리는 하나의 BGM처럼 내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루시아는 내년 1월 중순께 첫 단독 공연도 준비 중이다.
[루시아.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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