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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를 본 관객들이라면 한 배우가 뇌리 속에 박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정해균(44)이다. 이번 영화에서 제이 역을 맡아 짧은 분량임에도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해균은 연극판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충무로에서는 생소한 배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내가 살인범이다'를 통해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연극을 통해 쌓아온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발산한 것.
영화 후반부 충무로 베테랑 정재영과 선보이는 팽팽한 기싸움은 정해균이라는 배우에 주목하게 만든다. 여기에 제이 역에 몰입해 선보이는 소름끼치는 변태스러움(?)으로 극의 충격 반전을 책임지기도 했다.
정해균은 "영화를 본 후 재수없다는 반응이 가장 커요. '징그럽다', '느끼하다'며 일반 관객분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요"라며 "정병길 감독님을 고소할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이 캐릭터로 살라고요?"라며 고소하겠다는 농담을 건넨 정해균이지만 사실 정병길 감독에 대한 원망 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밀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정병길 감독님에게 감사해요. 끝까지 배역을 믿고 밀어줬거든요. 어떻게 보면 모험인데. 영화는 한참 쉰데다 아무도 증명을 못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연극은 주로 하는 판이니까 괜찮지만 영화는 한참 쉬었거든요"며 "믿고 맡겨줬고 정재영(정해균은 극중 쟁재영과 부딪히는 신이 많다)도 믿고 같이 하자고, 쿨하게 의기투합해 갈 수 있었어요. 보통 사람들이었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내가 살인범이다'가 개봉된 후 한 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러 있고 영화 속에서 강렬 존재감을 발산하지만, 스크린 밖의 정해균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화 속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른 탓이다. 그의 부인이 관객들이 남편에게 하는 말들을 듣고는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사실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기 때문.
정해균은 "관객분들이 변태스러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등장하면서부터 사람들이 '그 사람 변태같다'고 하던데요"라며 "영화가 개봉된 후 몇 분이 길을 가다 알아보더라고요. 식당에서도 알아보고. 전 저를 건강하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봐 걱정했는데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고 사람은 사람이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내심 안심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조금만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경쟁작들도 있긴 하지만 모든 영화 스태프들이 고민고민해서 작품을 만들어 올리는데 어떤 영화는 잘 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안 되기도 해요. 아직도 상영하고 있으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살인참회 자서전으로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과 미해결 실종사건을 파헤쳐 그를 어떻게든 잡아 넣으려는 형사 최형구(정재영)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배우 정해균.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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