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내실을 기할 때다.
프로야구가 역사적인 10구단 시대를 맞이한다. 10구단 사업자 결정을 위한 평가위원회가 구성된 뒤 KT와 부영이 공식 유치전에 나선다. KBO는 내년 시즌 개막 직전엔 10구단 사업자를 최종 확정 짓는다는 복안이다. 그래야 10구단이 내년 봄 코칭스텝 구성 및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거쳐 2014년 2군 진입을 할 수 있다. 10구단이 2015년에 1군에 진입하면 9구단 기형적 체제는 2년으로 끝난다.
▲ 한국 5000만명에 9구단, 일본 1억 2700만명에 12구단
롯데는 일찌감치 9구단과 10구단 창단을 반대했다. 10구단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승인 찬성 표를 던졌다. 국내에선 8구단 체제가 가장 이상적이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종의 8구단 황금분할론에 입각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6월 말에 인구 5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인구는 현재 약 1억 2700만명이다. 인구 5000만명에 9구단이 들어선 한국, 인구 1억 2700만명에 12구단이 들어선 일본이다.
국내 실정에 9, 10구단이 수용 가능한 최대치인 건 확실해 보인다. 인구대비 야구선수 숫자를 따져봐도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적다. 야구 소비자도 당연히 적다. 이젠 시장의 외연적 확충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는 말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9~10구단이 완벽하게 안착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내실까지 꽉꽉 채우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야구시장 확충 성장통, 시간에 기대지 말자
9~10구단 반대론자들은 프로야구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한꺼번에 더 많은 선수가 프로에 유입될 경우 경기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올 시즌만 해도 그런 경향이 없었던 게 아니다. 물론 9~10구단이 자리를 잡고 선수 수급 인프라가 확대되면 결국 수준이 올라가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확대에 따른 일종의 성장통으로 여긴다.
야구인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한 야구인은 “10구단까지 들어서면 분명히 평균적인 경기력은 떨어진다. 그런데 단순히 시간만 지난다고 떨어진 경기력이 다시 올라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단언했다. 지도자들이 더 많이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를 길러내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고, 선수들 역시 더 넓어진 선택지 속에서 기술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력이 상승되는 시기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경기력의 상승은 곧 야구단 수입의 상승에 직결된다. 질 좋은 경기가 많이 나와야 팬들도 야구장을 많이 찾는다.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아야 구단이 돈을 벌 수 있다. 10구단 체제가 자리를 확실히 잡는다면 지금보다 야구 시장의 경제적인 수익 체계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10구단이 자리가 잡히면 장기적으론 분명 국제적인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다. 거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 한국야구계는 여전히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근본적으로 구단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야구장을 빌려서 쓰다 보니 적자 구조를 흑자로 전환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펜스 광고료, 각종 마케팅 비용, 입장 수익금에 치솟는 중계권료까지 챙길 수 있지만, 지자체에 내야 하는 임대료를 감안하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현재 LG와 두산은 서울시에 잠실구장 임대료로 약 38억원을 낸다. 2009년 스포츠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장기임대 관련 법안이 마련됐으나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3년 단위로 된 임대계약을 새로 맺을 때마다 임대료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LG와 두산이 잠실구장을 떠날 수도 없으니 막막한 노릇이다.
근본적으로 야구단이 흑자를 내고 자생할 수 있어야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는 곧 해당 산업의 성장과 발전의 지름길이다. 10구단이 자리가 잡히면 경기의 질은 장기적으로 올라가겠지만, 그 이상의 투자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다면 더 높은 단계로의 성장은 요원하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야구장 열악한 인프라, 열악한 아마야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10구단 체제 확대를 단순히 경기력 측면에서만 생각해선 안 되는 이유다.
야구계가 10구단 체제 확대를 계기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야구도 내실을 꽉꽉 채워야 고 퀄리티 산업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
[잠실야구장(위), 목동야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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