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겨울은 유난히 춥네.”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스산한 겨울 칼 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허 감독의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귀화혼혈 규정상 전태풍의 오리온스 이적, 추승균의 은퇴에 이어 하승진의 공익근무까지 더해져 팀 운영이 어렵다. 전력 약화가 예상되긴 했지만 KCC의 성적은 3승 16패 최하위다. 임재현을 제외하곤 전부 프로 1~3년차다. 허 감독은 “우리 팀 사정을 알면 욕하면 안 된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혼하고 애 아빠도 되니까 정신차리라고 했다.” 허 감독은 대뜸 기둥 센터 하승진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7월 결혼했고 26일 공익근무요원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입소했다. 최근엔 아내가 2세를 임신했다고 한다. 허 감독은 얼마 전에 통화를 한 하승진에게 격려를 해줬다. “걔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허 감독이지만 “코치들에게 승진이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라”고 전했다.
허 감독은 하승진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그는 2014-2015시즌이 되면 KCC로 돌아온다. 어떻게든 두 시즌을 버텨야 하는데 쉽지 않다. 허 감독은 요즘 하승진같이 든든한 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승진이 세부적인 골밑 테크닉이 부족하고 몸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의 존재를 빼놓곤 KCC가 그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린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허 감독은 “승진이가 공익이 아니라 상무에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상무는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공익근무를 하는 하승진은 근무 외 시간에 몸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상무에서 체계적인 운동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허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승진이를 잡아놓고 운동을 시킬 생각도 있다. 승진이는 몸이 확 올라오는 타입이 아니다. 경기를 자꾸 하고 용병들과 몸을 부딪혀야 컨디션이 올라온다”고 했다.
허 감독도 하승진 다루기는 확실히 쉽지 않다. 워낙 거구라 체계적으로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산에서 너무 훈련을 많이 시키면 무릎이 부어서 비 시즌에 훈련을 많이 시키지도 못한다. 연습 경기를 해도 그만한 사이즈가 없으니 효과도 없다”고 했다. KCC가 매 시즌 2~3라운드 이후 위력을 드러냈던 건 하승진의 신체 사이클과도 연관이 있었다.
그래도 허 감독은 하승진이 그립다. “미국에 다녀와서 그런지 웨이트를 하는 방법을 안다. 살이 붙었다 싶으면 야채만 먹으면서 체중을 조절할 정도로 성실하다. 성격도 좋다. 투지도 있다. 스피드가 느려서 그렇지 몸만 잘 만들면 위력적인 선수다”라고 했다. 허 감독은 하승진만 생각하면 이 겨울이 남들보다 더 춥다.
KCC는 노승준, 박경상, 김태홍 등 현 젊은 선수들이 두 시즌동안 경험을 쌓고, 시즌 말미 강병현이 합류한 뒤 2014-2015시즌에 하승진마저 합류하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 시즌 부진하더라도 내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등 경희대 3인방을 뽑을 가능성도 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잘 버티기만 하면 분명 희망은 있다. 마침표는 역시 하승진의 건강한 복귀다.
[덩크슛을 하는 하승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