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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향미 객원기자]“꿈이 없는 것도 비참하지만 안 되는 꿈을 잡고 있는 것도 비참하다”
최근 프리랜서 선언을 한 KBS 前아나운서 전현무는 13일 밤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천기누설 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진정한 모습을 보여드리러 나왔다”고 입을 열었다.
전현무는 “아나운서에서 예능 MC되고자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며 “요즘 트렌드는 진정성 있는 예능인데 진정성 없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무슨 얘기를 해도 가식 어떤 동작을 해도 가식 같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강호동은 “다방면에서 재주가 많은데 진정성 하나쯤은 없어도 되지 않냐?”고 말했고 전현무는 “차라리 다른 점을 포기하더라도 진정성을 찾고 싶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유세윤은 전현무를 “명덕외고, 연세대, 카투사 출신이자 2004년 조선일보 43기로 합격에 합격 했으나 일주일 뒤 먹튀. 같은 해 YTN 8기 앵커 합격 2년 후 먹튀. 2006년 KBS 32기 아나운서 합격했지만 또 먹튀. ‘언론3사 합격의 전설’이자 ‘먹튀의 전설’”라고 소개했다.
이에 전현무는 “중학교 때부터 TV를 굉장히 많이 봤는데 MBC는 버라이어티가 강하고 KBS는 코미디가 강하다고 느겼다”며 중학교 시절 이미 방송사별 분석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미디 감도 없고 연기력에도 자신이 없어 개그맨보다는 버라이어티 MC가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며 “MC는 개그맨처럼 공채가 있는 게 아니라 웃긴 아나운서로 주목 받은 후 MC로 나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중학교 때부터 뒀던 차별화 전략을 설명했다.
전현무는 “나의 대학생활은 일어버린 7년이었다. 나랑 비슷하게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은 공부만 하는 바람에 정말 추억이 없다. 입학하자마자 IMF가 터졌기 때문. 나는 낭만적인 대학 생활을 꿈꾸며 놀고 싶었다”고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영문과에는 여학생들이 많았는데 필기 노트도 안 보여주고 정말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만 있었다. 만날 C학점 나오고 경제위기로 영문과 졸업 후 취업이 안 될 것 같으니 꿈은 방송 쪽에 있지만 상경계열 부전공을 해 교육대학원에서 교원자격증도 땄다”고 털어놨다.
또 “내 꿈은 예능 MC에 있는데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것. 꿈이 없는 것도 비참하지만 안 되는 꿈을 잡고 있는 것도 비참하다. 꿈이 안 될 경우 그 다음까지 늘 준비했다. 겁이 많아서 준비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다”고 고백했다.
조선일보 YTN동시 합격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에서 YTN보다 일주일 먼저 불렀다. 하지만 너무 적성에 안 맞았다. 술을 못 먹는데 취재 나가기 전에 일종의 정신훈련으로 술을 마셨다. 못 마신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됐을 것을 폭풍 흡입했고 찾아간 경찰서에 끌려온 취객들과 섞여서 만취 상태로 취재연습을 했다. 결국 국장 앞에 불려갔는데 술이 안 깨 국장 허벅지에 오바이트를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주일 내내 특종을 놓쳤다. 그래서 고민 끝에 원래 꿈인 방송 쪽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YTN에서 하루 4개의 뉴스를 진행했는데 뉴스를 하면서도 정신분열이 생길 정도로 웃기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아야 했다. 결국 ‘이 회사에서 난 암적인 존재다’라는 생각까지 했고 MBC 아나운서 시험을 봤다”며 “김정근 아나운서랑 붙었을 때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해 오상진 아나운서랑 붙었을 때는 마음을 접었다. 정말 잘생겼고 어리고 키도 더 크고 내가 오상진보다 많은 건 털밖에 없었다. 그 친구는 털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KBS도 2년 연속 카메라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느낌이 호감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입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KBS 사고뭉치였지만 모범 사원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방송이 바빠서 아나운서 일도 잘 못했다. 하지만 용접공으로 살았다. 펑크 구멍만 생기면 막았다. ‘안 됩니다’이런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프리선언에 대해서는 “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KBS에서 날 옭아매거나 못하게 한 건 아닌데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제약이 따랐다. 그런 것들이 늘 답답했다. 당장 더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위기의식도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어 “퇴사 후 처음 받은 충격은 고용 노동부에서 날아온 편지 피보험자 자격상실 통지서를 받았을 때다. 사라진 고용보험의 울타리를 실감했다”며 “7년간 급여 통장으로 썼던 통장이 있는데 급여가 들어오지 않으니 돈 인출하는데 수수료가 빠지더라. 사소하지만 보호막이 없다는 사실과 큰돈은 아니지만 이제 정말 혼자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강호동은 “살아남기 위한 전현무만의 승부수는 뭐냐?”고 물었고 그는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호랑이(강호동)도 있고 메뚜기(유재석), 벼멸구(박명수)도 있는데 나는 시츄다. 거친 야생으로 나온 시츄. 집안에서만 애지중지 키운 애완견이 이젠 들개다 됐다”며 “특유의 친근함, 여기에 기존의 밉상 캐릭터를 잘 결합시키면 분명히 내가 설 자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때릴 정도로 정말 미운 캐릭터는 아니다. 이게 나의 강점이다”고 친근함을 무기로 밉상 이미지를 친근함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미없는 방송은 재앙이다. 볼거리도 많아진 이 시대에 뉴스, 예능, 교양 모든 TV프로그램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 망가져도 시청자가 재미있으면 그만이다”고 자신만의 방송 철학을 공개했다.
최종 꿈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 MC반열에 오르는 것. 굳이 일인자가 아니어도 좋다. 예능 MC하면 떠올리는 한 10명 정도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전현무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은 겁이 많아 준비를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때문에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전현무를 가식적이고 진정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무릎팍도사’ 출연 전 얘기다. 방송 후 각종 SNS에는 “전현무의 이미지가 확 달라 보인다” “전현무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
36세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꿈을 쫓는 전현무.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전현무. 사진 = MBC ‘무릎팍도사’ 방송화면 캡처]
고향미 기자 catty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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