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연 대안이 무엇일까.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의 구속. 지난 1~2월 경기조작 파문으로 옷을 벗은 선수들과 함께 2012년 야구계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양 전 감독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고려대 감독 시절이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선수들의 학부모와 고교 지도자들로부터 입시 청탁에 대한 대가로 1억원 이상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수재 혐의다.
양 전 감독의 구속과 함께 아마야구, 특히 대학야구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른바 선수 끼워팔기다. 고교 감독들은 기량이 좋은 유망주 1명을 대학에 진학시키면서 기량이 좀 떨어지는 선수 1~2명도 같이 입학시키는 대가로 대학 감독들에게 거액을 지불한다. 선수를 1명이라도 더 진학시키는 게 성적만큼 중요한 아마야구 감독들이다. 이런 악습의 고리가 좀처럼 끊기지 않고 있고, 대안이 안 보인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 선수 공개선발?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에서 선수를 선발하는 투명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 끼워팔기를 위해 한국사회 특유의 학연-지연 관계를 활용한 금품 접대 및 향응이 만연하다. 야구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자정 노력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검찰 조사 및 사법처리로만 끝나선 안 된다.
선수 공개선발 시스템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공개적으로 트라이아웃을 열어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한 뒤 고교 대회 개인 성적과 트라이아웃에서의 기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수 선발을 하자는 것이다. 야구계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하고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제도와 법을 뜯어고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다. 쉽게 말해서 선수 선발 일련의 과정을 야구계에 모두 오픈하자는 것이다.
함정이 있다. 야구인 A씨는 “선수 공개선발 자체가 어렵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얘기를 한다. 제도를 명문화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힌다”라고 했다. 한 술 더 떠서 야구인 B씨는 “어차피 선수 선발 최종 결정자는 대학감독이다. 아무리 공정하게 선수를 뽑는다고 해도 최종 결정 단계에서 고교 감독들의 로비를 피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야구인 C씨와 D씨는 현실적인 지적을 했다. 야구인 C씨는 “선수를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테스트해서 뽑으면 결국 성적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럼 또 예전의 성적지상주의로 돌아가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예전엔 전국대회 4강이 대학 입학 잣대였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야구인 D씨는 “투수가 스트라이크 10개 이상을 넣고 삼진을 5개 이상 잡아야 합격. 뭐 이런 건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며 “트라이아웃에선 평소보다 잘하는 선수도 있고 부진한 선수도 있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폈다.
▲ 특기자 비율 줄이고 공부하는 야구선수 만든다면?
야구인 D씨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근본적으로 특기자 전형을 줄이고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고교 선수들은 100%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지금도 주말리그를 통해 공부하는 야구선수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수박 겉핥기다. D씨는 “미국엔 특기자 선발 비중이 낮다. 우리나라도 대학이 특기자 전형의 비율을 줄이고 대부분 선수들을 학교 공부 성적을 보고 뽑아야 된다.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선수부터 학업성적을 관리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야구에 특기가 부족한데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을 간다는 게 우스운 현실이다. 어차피 뛰어난 유망주들은 프로에 바로 지명이 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성적 커트라인을 통과하자는 것이다. 그게 대학을 간 뒤 선수생활을 은퇴한 이후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여기엔 특기자와 일반 전형을 나누는 기준을 어떻게 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고교 대회 등 제도와 법적인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하지만, 대안이 안 보이는 상황임에도 분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비리를 뿌리 뽑고 깨끗한 아마야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협조를 해야 한다.
▲ 모럴 헤저드 타파, 야구인들의 자정이 중요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인천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더욱 확대 수사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야구 팬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야구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야구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발본색원을 해야 한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구인 A씨는 기본으로 돌아갔다. “야구인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야구협회를 비롯한 모든 아마 야구인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도덕적 해이. 이른바 모럴 해저드가 사라져야 한다. 이른바 “다른 사람도 다 하는 데 나는 왜 안돼?”라는 심보는 안 된다. 사람 1명의 의식이 바뀌어야 100명, 1000명, 10000명의 의식이 바뀐다.
과연 입시비리의 대안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선수 공개선발 혹은 공부하는 야구선수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야구인 B씨의 넋두리가 인상 깊었다. “한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다. 돈과 인맥 아니냐. 대학 감독들한테 전화 한 통 안 돌리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정말 능력 있고 깨끗한 야구인들만 피해를 본다.”
[목동구장 전경(위, 아래), 잠실구장 전경(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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