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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임창용의 시카고 컵스 입단, 사실상 사인만 남은 것 같다.
임창용이 컵스를 선택한 이유는 간명하다. 컵스가 그의 재활을 도와줄 수 있고 기다려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컵스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다. 특유의 도전 정신이 고취됐다. 임창용은 컵스에서 마련한 메디컬체크를 실시한 뒤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고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
계약 과정에서 임창용과 컵스의 견해가 엇갈릴 수는 있지만, 어차피 컵스가 임창용을 원하고 있고, 임창용도 재활을 하는 입장에서 많은 걸 요구하기엔 힘든 상황이다. 계약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적은 이유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포함됐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계약 조건이 다른 스플릿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 컵스는 임창용의 꾸준함과 역동성에 반했다
컵스는 임창용이 야쿠르트에서 일본 최고 마무리로 뛴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임창용은 일본에서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11승 13패 28홀드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사실상 개점 휴업했으니 4년 평균 32세이브를 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꾸준했다는 증거다.
또 하나. 임창용의 투구폼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폼이다. 특유의 오른 다리를 힘있게 들어올렸다가 놓으면서 상체가 바닥을 향해 가라앉으며 힘을 모은 뒤 또 한번 힘있게 뿌리는 투구폼이다. 보통 사이드암 투수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다. 전 세계에서 제일 야구 잘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투수는 확실한 희귀종이다. 이런 역동성에 컵스가 홀딱 반했다.
그는 일본의 정교한 타자들을 상대로 150km 중반을 오가는 강속구를 뿌렸고, 슬라이더, 싱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직구는 바깥쪽으로 휘는 역회전 방향 구사도 가능했고, 슬라이더는 오른손타자 바깥쪽으로 약간 꺾이는 것과 좀 더 많이 꺾이는 구질로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건 몸이 아프지 않았을 땐 이런 구질을 팔 높이를 달리해서 던졌다는 것이다. 타자 입장에선 직구와 변화구 자체의 감을 잡기도 힘들고 스윙 궤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임창용이 팔꿈치 상태만 회복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장점을 발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 재활, 뱀직구, 와일드한 투구폼,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다
컵스 입장에선 임창용과의 계약 추진이 대단한 모험이다. 지난 7월 생애 두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2005년 첫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을 때보단 확실히 간단한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다. 구단 입장에선 재활 실패가 단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그 케이스에 걸리면 난감함 그 자체다.
그럼에도 컵스는 건강한 임창용을 믿는다. 그가 건강하게 복귀한 뒤 2014년부터라도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폼으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돌려세운다면 분명 세간의 관심을 얻을 것이다. 혹시 마무리 보직까지 꿰찬다면 그 관심의 폭이 더욱 확대될지도 모를 일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뿐아니라 부수적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미 임창용은 국내와 일본에서 무수한 별명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선 창용불패, 애니콜, 일본에서도 이무타임, 도쿄의 수호신 등이 유명했다.
성적만큼 돈 버는 게 중요한 메이저리그다. 30개 팀이 모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다. 컵스는 지난해 11월 테오 엡스타인 단장과 5년 계약을 하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엡스타인은 보스턴 시절 마쓰자카 입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아시아 마케팅 경험이 있다. 지금도 컵스엔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가 있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체질 개선을 하는 컵스에 베테랑 임창용이 건강하게 가세하며 성적, 마케팅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임창용 특유의 뱀처럼 꿈틀대는 직구, 사이드암이면서도 150km가 훌쩍 넘는 직구구속, 역동적인 투구폼 모두 컵스에겐 매력적인 마케팅 도구다. 또 재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알린다면 그 자체로 관심 거리다.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와도 선의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건강한 임창용은 모든 것이 스토리 텔링이 된다. 재활만 잘 하면 된다.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한다. 1807년 창단한 컵스는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지 104년이 됐다. 1945년 한 팬이 염소를 끌고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한 뒤 “컵스는 더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게 올 시즌까지 맞아떨어졌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명한 염소의 저주다. 컵스는 임창용이 저주를 풀 수 있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뱀직구가 메이저리그에서 스토리텔링이 되는 그날이 온다면 말이다.
[야쿠르트 시절 임창용(위, 아래), WBC 대표팀 시절(중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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