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안산 김진성 기자] 이번엔 캐서린의 멍군이다.
11월 18일. 여자프로농구가 5년만에 외국인선수제도를 재도입한 날이다. 올 시즌 3라운드 시작일이었다. 2라운드까지 지지부진한 성적을 냈던 삼성생명이 3라운드 첫 경기서 디펜딩챔피언 신한은행에 완승했다. 당시 엠버 해리스라는 외국인선수가 30점 15리바운드라는 어마어마한 활약을 했다. 그녀는 194cm의 키에 당당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하은주의 슛을 블록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삼성생명은 해리스의 활약에 힘입어 3라운드서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신한은행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패배는 자존심에 꽤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임달식 감독은 이후 사석에서 “다음엔 또 안 진다”라는 말을 했다. 임 감독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에 데려온 외국인선수 캐서린 크라예펠트가 영 국내 무대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그 경기서 리바운드 12개를 잡아냈으나 8점에 그쳤었다. 신한은행은 경기도 패배하고 용병 맞대결서도 완패했다. 두배의 상처였다.
신한은행은 칼을 갈았다. 우리은행에 선두를 내준 가운데 삼성생명에 또 패배할 순 없었다. 초반 적응이 지지부진하던 캐서린도 마음을 다잡았다. 끊임없이 국내 선수들과 대화를 했다. 장기인 정확한 외곽슛을 바탕으로 팀에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임 감독은 “슛은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다. 그저 허슬 플레이만 좀 더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20일 삼성생명을 4라운드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 2연패였다. 캐서린도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활약도가 좋았다. 17일 우리은행전서 좀 부진한 것만 빼면 괜찮았다. 반대로 삼성생명은 이날 전까지 3연패에 빠졌다. 이호근 감독은 “해리스가 상대팀에 분석을 당했다. 어린 선수라서 나이든 외국인선수와 맞붙을 때 부담도 갖는 것 같다”라고 했다. 확실히 해리스는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
두 사람의 최근 페이스는 이날 경기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캐서린이 독을 품고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더니 중, 장거리슛을 연이어 정확하게 림에 꽂았다. 캐서린은 해리스를 외곽에 끌고 다니면서 마음껏 장기를 과시했다. 캐서린은 전반전에만 16점을 몰아쳤다. 반대로 해리스의 몸은 무거웠다. 신한은행은 전문수비수 선수민을 붙이면서 해리스를 괴롭히기도 했다. 이호근 감독은 매치업에서 밀리자 2쿼터엔 해리스를 아예 뺐다.
10여점 차가 나는 가운데 3쿼터가 되자 해리스와 캐서린이 다시 정면충돌했다. 캐서린의 몸은 여전히 가벼웠고, 해리스는 무거웠다. 두 사람은 한번씩 중거리슛을 주고 받았다. 이어 캐서린은 기브 앤 고를 시도한 해리스를 블록으로 처리하며 기세를 드높였다.
캐서린도 후반 들어서는 활약이 잠잠했다. 상대적으로 힘을 비축하는 모습이었다. 임달식 감독도 휴식을 충분하게 줬다. 그러자 이호근 감독도 해리스를 뺐다. 이 감독은 4쿼터 들어 다시 해리스를 집어 넣으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이미 3쿼터까지 벌어진 점수차가 15점 내외였다. 해리스는 뒤늦게 적극적으로 골밑을 공략했고 한 차례 3점포도 집어 넣었으나 승부를 뒤집을 순 없었다. 너무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캐서린도 뒤질세라 연속 득점을 하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적으로 경기 초반 캐서린의 맹폭에 승기를 잡은 신한은행이 완승을 따냈다. 임 감독은 해리스를 잡기 위해 다양한 수비를 준비했으나 실제 해리스가 12점으로 부진한 바람에 쉽게 경기를 잡아냈다. 두 사람의 맞대결은 아직 두 차례 남아있다. 이날은 27점을 잡아낸 캐서린의 완벽한 멍군이었다. 신한은행도 2연패에서 탈출하며 웃었고, 삼성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해리스를 상대로 1대 1을 시도하는 캐서린.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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