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BC 대표팀, 위기는 위기다.
2012년 삼성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 달리 말하면 리더십이다. 류 감독의 삼성은 올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다. 류 감독의 계산이 완전히 어긋났다. 잘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5월 초까지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류 감독은 인터넷에서 삼성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욕을 먹었다.
끝내 일어섰다. 최형우와 배영섭을 한 차례 1군에서 제외하더니 열흘 후 1군에 올리면서 제 궤도에 진입시켰다. 부진과 부상이 겹쳤던 채태인은 전력에서 제외하는 강수도 뒀다. 그러자 팀이 살아났다. 당시 류 감독은 주위의 흔들기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삼성은 6월 이후 고속 질주하면서 정규시즌 2연패에 골인했다. 한국시리즈서도 2연승 후 2연패로 핀치에 몰렸으나 선수들을 믿음으로 감쌌다.
류 감독은 자신이 모든 걸 결정하려 들지 않았다. 철저한 분권형 지도자다. 투수 분야에선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의 의견을 믿고 따랐다. 한국시리즈 이후 마무리 훈련에선 조범현 전 KIA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불렀고, 아예 내년 시즌 팀 스텝으로 눌러 앉혔다. 소위 말하는 코드 인사가 아닌, 각 분야의 최고 능력자를 포용하는 넉넉함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번 뚝심있게 내린 판단에 후회란 없었다.
류 감독의 위기관리능력, 2013년 3월에 한번 더 발휘돼야 할 것 같다. WBC 대표팀이 출항도 하기 전에 삐걱거린다. 봉중근의 사퇴에 이어 류현진과 김광현의 불참이 유력하다. 20일엔 불펜에서 유용하게 써먹으려 했던 홍상삼도 부상으로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단기전 대회의 절반 이상이라는 마운드에 균열이 너무 크다.
류 감독은 장고 중이다.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팬들은 LA 다저스 적응이 필요한 류현진을 대표팀에서 빼라고 성화다.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류 감독은 “기다려보자”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종 엔트리 제출은 내년 2월 말.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결정할 문제라 보고 있다. 그러다 어떤 방향을 잡을 경우 뒤도 안 돌아보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의 선택이 야구계에 미칠 파장은 굉장히 클 것이다. 작게는 WBC 대표팀의 명운, 크게는 내년 한국야구의 흥행까지도. 지금 야구계는 류 감독의 액션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 어떻게 선수들을 이끌어갈 것인지 궁금해한다. 확실히 1~2회 대회 김인식 기술위원장이 감독을 맡았을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 야구 팬들은 류 감독이 좋지 않은 상황을 이겨내고 3회 연속 4강 진입 이상을 해내길 바라고 있다. 지금 류 감독의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류 감독은 올 시즌 삼성을 2연패로 이끌면서 결국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WBC 대표팀에서 그의 곁엔 한국을 대표하는 참모가 함께한다. 양상문 수석 겸 투수코치는 확실히 류 감독보다 투수에 대해 전문가다. 한용덕 코치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코치들은 모두 류 감독보다 야구 후배이지만, 류 감독은 이들의 지혜를 녹여 리더십으로 풀어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삼성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성급하게 대표팀을 이끌 사람은 아니다.
류 감독은 WBC에서 삼성을 이끌었던 올 시즌보다 더 많은 선택과 고난의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부상 선수 속출에 단체훈련 기간도 길지 않다. 류 감독이 내년 3월 역경을 딛고 기적을 일궈낸다면 지도자로서 그의 입지 및 위상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2013년을 눈앞에 둔 한국야구가 류 감독의 마법을 기다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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