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선수들의 건강, 과신하면 큰 코 다친다.
KIA 이두환(24)이 21일 오후 1년 가량 입원치료를 받았던 서울 원자력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대퇴골두육종이 폐암으로 발전했고, 수 차례 수술을 통해 강력한 재기 의지를 보였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이두환은 1년 전 가을 당시 자신의 타구에 다리를 다친 뒤 봉와직염 판명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쉽게 낫지 않았다. 정밀 검진 결과 다리의 뼈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견을 접했다.
▲ 세상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1999년 6월. KIA 투수 김상진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두환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세상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김상진은 당시 목 통증을 호소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고, 위암이 척추까지 전이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마와 치열하게 싸웠지만, 숨을 거뒀다. 아프다는 소식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뒤 너무 빠른 시간에 삶을 마치면서 야구 팬들이 받은 충격도 두 배였다. 지난해 숨을 거둔 최동원과 장효조도 와병이 알려진 뒤 갑작스럽게 떠났다.
이두환을 이수중학교, 장충고등학교 시절 지도했던 NC 유영준 스카우트는 “두환이 부모가 아들의 소식이 언론에 자세히 알려지는 걸 주저했다. 병문안을 갔는데 다리 한쪽이 절단된 걸 보고 숨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허락을 받은 뒤 주변에 알렸고, 모금운동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두환의 대퇴골두육종 소식은 올 1월 알려졌다. 하지만, 왼쪽 다리를 절단했음에도 암 세포가 폐까지 퍼지는 등 몸 상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진 건 불과 보름 정도 전이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부모님이 크게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후 이두환의 중, 고교 동기 및 청소년대표 동료들, 야구계 각계 각층에서 온정을 보내며 쾌유를 빌었고, 21일엔 목동구장에서 자선야구행사까지 열었으나 공교롭게도 그날 비보를 접하고 말았다.
21일 자선경기에 앞서 만난 일부 야구인은 소식이 좀 더 빨리 크게 알려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병마와 싸우는 건 본인의 몫이지만, 좀 더 야구계에서 조직적으로 크게 도와줄 수 있는 시간 역시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자선경기는 폭설로 취소됐지만, 야구선수들과 연예인들의 애장품 경매에 이어 22일 일일호프로 모아질 성금을 이두환의 부모님에게 전달하려는 계획도 한 발 늦고 말았다.
▲ 야구선수들,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야구선수들의 건강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사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 확실히 야구선수들은 스포츠 선수가 쉽게 당할 수 있는 외상에는 대비를 잘 하지만, 보통 사회인이 걸릴 수 있는 성인병, 암, 전염병 등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한 편이다. 김상진, 최동원과 장효조 역시 이두환과 마찬가지로 암이 사망 원인이었다.
야구선수들의 건강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뇌경색에 걸린 KIA 김동재 코치가 쓰러진 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비단 감독과 코치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다.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야구가 잘 안 풀릴 경우 극도의 불안감과 상실감에 휩싸인다. 야구란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하는 운동이다. 잘 안 되고 꼬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 한해 부진하면 자신의 입지가 흔들린다. 경쟁에서 밀리면 연봉이 뚝 떨어지고, 몇 해 반복되면 곧바로 방출 위기에 놓인다. 이때까지 배운 건 오로지 야구뿐인데, 2~30대에 실직할 경우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겹치면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다.
야구선수들은 일반인과 생활 스케줄 자체가 다르다. 새벽에 잠이 들고 오전에 일어난다. 이동일이면 새벽 3~4시까지 피곤한 몸으로 선잠을 잔다. 이러다 보니 의외로 아침을 안 먹는 선수가 많다. 운동량은 많지만, 피곤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진다. 술은 잘 안 마셔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담배를 피우는 선수는 제법 있다. 경기 후 늦은 저녁 겸 야식을 많이 먹어서 비만인 선수도 많다. 알고 보면 야구 선수들이 자기 관리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 국내야구, 선수들 건강관리에 눈을 뜰 때
현재 각 구단들은 외상에 대비한 신체검사는 확실하게 실시한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정밀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KBO와 선수협의회도 마찬가지다. 야구계에서 좀 더 선수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 국민 3.5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시대다. 나이도 별 관계 없다. 2~30대라고 해서 건강에 무심하다간 큰 코 다친다.
팬들 입장에선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갑자기 고혈압, 당뇨에 의한 합병증, 암 등을 이유로 그라운드에 나오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다행히 현대 의학이 많이 발전한 관계로 대부분의 병은 초기에 발견만 하면 생존에는 지장이 없다. 야구계가 스스로 야구선수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은 없다. 선수 스스로의 자기 관리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두산 김현수는 “두환이가 어렸을 때 야구를 참 잘 했다. 초등학교 때는 대표팀에도 뽑혀서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정도였다”라고 회상했다. 프로에선 빛을 못 봤지만, 이두환도 한때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꿈이었다.
그 희망은 훗날 프로 무대에서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됐다. 야구인들과 팬들은 한창 피어 올라야 할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조용히 가슴에 묻었다. 왜 그렇게 빨리 떠났느냐는 부질 없는 원망과 함께.
[세상을 떠난 이두환의 두산시절 모습(위), 이두환 돕기 자선야구 기념촬영(중간,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