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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이제 많이 익숙해졌어요.”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 인삼공사. 지난해보다 올 시즌 전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23일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13승 9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모비스를 잡아내는 등 3연승 상승세다. 전력의 절반인 오세근이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또 크리스 다니엘스가 빠지면서 키브웨 트림이 들어왔으나 골밑 장악력은 다소 떨어진다. 백업 센터 김민욱도 족저근막염으로 개점 휴업이고 정신적 지주 김성철도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사실상 센터 없이 농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니션 후안 파틸로는 득점을 책임지고 있으나 세부적인 조직력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백업 포워드 김일두가 오세근 대신 골밑 수비를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다. 이상범 감독은 “일두에게 제일 고맙다. 정말 잘해주고 있다. 고참이라서 팀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일부러 혼을 낼 때도 있지만, 사실 200%를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김일두는 힘이 좋은 파워포워드다. 용병 전담 수비를 맡고 나머지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골밑에서 도움수비를 한다. 다른 선수에 비해 체력이 2~3배 이상 소진된다. 이 감독은 일찌감치 앞선을 책임지는 김태술, 이정현에 대한 체력 부담을 걱정한 바 있다. 이들이 앞선에서 가드 수비를 하면서 때로는 골밑에 들어가서 수비도 해야 한다. 양희종은 거의 에이스 수비를 전담한다.
때문에 KGC는 다른 팀보다 전면강압수비를 자주 사용한다. 일단 상대가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가운데에 원활하게 볼을 넣을 경우 높이가 낮은 팀 사정상 실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드들이 상대 진영에서부터 상대 가드를 압박해야 상대 공격 시간을 최대한 소진하고, 가운데로 볼이 넘어오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고충이 있다.
이 감독은 “전면강압수비를 해도 지난해보다 올해 부담이 더 크다. 가드들이 예전엔 ‘내가 뚫려도 뒤에서 세근이와 다니엘스가 막아주겠지’라고 했지만, 이젠 아니다. 센터가 없으니까 앞에서 안 뚫려야 한다는 생각에 더 심리적으로 쫓긴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안으로 신인 김윤태와 이원대를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 10월 드래프트로 입단하는 바람에 팀 조직력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게 이 감독의 평가다.
그래서 이 감독은 김태술, 이정현, 김일두, 양희종 등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들이 오세근의 몫을 4분의 1로 나뉘어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센터 없는 농구에 많이 익숙해 졌다. 이젠 경기를 스스로 조율한다. 선수들 표정만 봐도 힘든지 안 힘든지 안다”라고 웃었다.
오리온스는 이날 KGC의 낮은 높이를 의식해서 장신 스캇 메리트를 선발 출전시키고 최진수에게도 적극적으로 인사이드 공격을 지시했다. 내, 외곽에서 볼이 잘 돌아간 오리온스는 2연승을 거뒀고, KGC는 4연승에 실패했다. 이날만큼은 오세근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낀 KGC였다. 김일두도 이날은 큰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사실 오리온스 선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KGC는 경기결과를 떠나서 오세근 없는 농구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데 위안을 삼았다.
[공을 잡는 김일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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