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K는 13년 전의 추억이 생생하다.
시계추를 1999년으로 돌리자. 청주 SK는 특급센터 서장훈에 1998년 1순위 특급신인 현주엽을 등에 업고 창단 첫 우승 꿈에 부풀었다. 녹록하지는 않았다. 전문 슈터가 부족했고 서장훈-현주엽-재키 존스 라인업은 기동력이 떨어졌다. 이상민-조니 맥도웰의 대전 현대를 무너뜨리려면 승부수가 필요했다.
최인선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그해 12월 24일이었다. 골드뱅크에 현주엽을 내주는 대신 1999년 1순위 신인 조상현과 4억원을 받아왔다. 대성공이었다. 기동력과 외곽포를 강화한 SK는 정규시즌을 2위로 통과한 뒤 현대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저지했다. 프로농구에서 훗날 이 트레이드는 역대 크리스마스 최고의 대형 빅딜로 두고두고 회자됐다.
13년이 흘렀다. 선두질주 중인 SK가 26일 승부수를 던졌다. 계륵이 된 김효범을 크리스 알렉산더와 묶어 최하위 전주 KCC에 보내고 KCC의 1순위 외국인선수 코트니 심스를 영입했다. 김효범을 내주는 대신 알렉산더보다 급이 높은 심스로 전력을 보강한 것이다. 심스는 리바운드 장악능력과 공격력이 모두 좋다. 에런 헤인즈의 체력을 아끼면서 심스의 공격력을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크리스마스에서 하루가 지난 거래였지만, SK에 이 트레이드는 13년만의 우승을 위한 승부수라는 점에서 13년 전 크리스마스 빅딜이 묘하게 떠오른다.
▲ 심스 합류, SK에 얼마나 이득일까
SK의 1번 외국인선수는 단연 헤인즈다. 심스가 사실상 1순위로 KBL에 입성했다고 하더라도 SK에선 엄연히 2번 외국인선수다. SK는 시스템 자체가 헤인즈에 최적화됐다. 이타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이 절정에 이르렀다. 반면 심스는 어차피 SK에 녹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심스가 갑자기 SK 농구에 큰 영향력을 미치긴 어렵다.
그래도 심스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는 206cm의 키에 경기당 평균 8.4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헤인즈의 8.8개엔 뒤지지만, 전체 6위로 수준급이다. 득점도 17.6점으로 헤인즈의 19.5점에 약 2점 뒤질뿐 폭발력에선 큰 차이가 없다. 5.0점 3.7리바운드의 알렉산더는 경기당 10분만 출전했지만, 심스의 위력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SK는 확실히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현재 헤인즈는 경기당 28분 59초간 출전했다. 리온 윌리엄스(오리온스)의 31분 9초에 이어 외국인선수 전체 2위다. SK는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페이스라면 시즌 막판 헤인즈의 체력이 순위 싸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문 감독은 서서히 심스의 출전시간을 늘리고 헤인즈의 출전시간을 줄일 것이다. 포스트시즌까지 계산한다면 헤인즈의 체력관리는 분명히 필요하다.
▲ 전자랜드, 모비스 확실히 밀어낼까
SK가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선두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2위 그룹과 2~3경기 차를 더 벌려서 안정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하고 싶어 한다. 전자랜드와 모비스도 SK의 트레이드에 무척 놀랐다는 후문이다. SK는 지금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자랜드와 모비스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심스가 SK에 완벽하게 적응할 경우 SK와 2위권의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변수는 남아있다. 심스가 SK에 녹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심스는 KCC에서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SK는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이 강하고 역할분담이 명확하다. 심스가 좀 더 간결한 볼터치와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플레이 스타일이 SK의 시스템에 맞게 바뀌어야 SK 전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심스가 SK 시스템에 적응이 늦어질 경우 오히려 전자랜드와 모비스에 추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정규시즌을 넘어 챔피언결정전을 바라본다
SK의 이번 트레이드는 길게 보면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것이다. 단기전서는 전통적으로 빅맨의 존재가 절실했다. SK는 현재 39리바운드로 1위다. 하지만, 4~5번 포지션 신장에서 확실하게 다른 팀을 압도하는 건 아니다. 213cm를 자랑한 알렉산더가 득점력이 떨어지면서 활용도가 떨어졌다. 공격력과 백보드 장악력이 모두 좋은 206cm의 심스는 SK의 포스트시즌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SK는 아직 정규시즌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1999-2000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12년간 무관이었다.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도 2007-2008시즌 뿐이었다. 그만큼 SK는 우승이 소중하다. 심스가 13년전 조상현처럼 SK의 우승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SK가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서 웃는다면 이 트레이드는 훗날 13년만의 기분 좋은 빅딜로 또 한번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13년 전 트레이드로 영입된 조상현(위), 13년 뒤 트레이드로 영입된 심스(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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