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지난 19일 진행된 제 18대 대통령 선거는 양측 지지율이 양분되며 여느 대선 때보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자칫 갈등과 대립의 대선이 될 수 있던 시점에 SBS 개표방송 '2012 국민의 선택'이 참신한 구성과 재미있는 기법으로 유권자들의 초조한 마음에 단비를 내려줬다.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국내 외 다수 언론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여론은 SBS 개표방송에 집중했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SBS '8뉴스' 안방마님 박선영 아나운서가 있었다. 올 한해 대선 뿐만 아니라 4.11 총선 개표방송, 2012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 진행 등 SBS의 굵직굵직한 이벤트 속에서 안정감 있게 존재한 그녀였기에 SBS 개표방송 성공에도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개표방송 호평이요? 전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죠."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나운서국에서 만난 박 아나운서는 개표방송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뿌듯함과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SBS 개표방송이 주목받은 것에 대해서는 선거 준비팀의 공이 컸어요. 선거팀이 분석을 정말 많이 했어요. 특히 저희는 일단 시청자분들께서 무엇을 원할까 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기존 선거방송이 정보전달에만 치우쳤다면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의미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고 축제잖아요. 예능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말처럼 SBS 개표방송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3D애니메이션이 접목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정글을 헤매고 펜싱대결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성준, 박선영 아나운서도 영화 '친구', '인디아나 존스'를 패러디한 CG를 통해 웃음을 자아냈다.
"어느 날 사진을 찍어가셔서 어떻게 쓴다고만 말씀해 주셨는데 제 얼굴이 합성된 방송을 막상 보자마자 소리 질렀어요.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한편으로는 빨리 개표가 시작 돼서 두 후보의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웃음)."
SBS는 이례적으로 오전 9시부터 선거방송을 시작했다. 당선자가 결정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박 아나운서는 하루종일 개표방송에 열중해야 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온몸이 아팠다"고 특별한 소감을 남겼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날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20일 새벽 1시 반 정도에 방송이 끝났어요. 방송 내내 3~4시간 정도만 쉬고 밥도 한끼 밖에 못 먹었어요. 사실 전날 리허설이 밤 12시까지 이어져서 잠을 잘 못잤어요. 투표도 해야 했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했죠. 24시간 내내 깨어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큰 일 치르면 긴장이 탁 풀리면서 피로감이 밀려오는데 긴 시간을 긴장해서 그런지 다음날까지 쌩쌩했어요. '체력이 좋아졌나' 했는데 지금까지 몸이 붓기도 하고 하향세예요."
박 아나운서의 개표방송은 유독 당일만이 아니었다. 준비한 것이 많은 만큼 리허설도 계속 이어졌다.
"진행자 빼고 한 달 정도 리허설이 이어졌고, 저희를 포함해서도 7~8일 리허설에 열중했어요. 저희가 중계 시스템이 많았기 때문에 사고에 대비해 미리 연습했죠. 그래픽 사용하는 것도 많아서 하나하나 체크해야 했어요. 항상 밤 12시까지 진행됐던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19일까지만 참자'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어요."
이런 상황을 예견했던 것일까. 박 아나운서 13일 오후 '2012 국민의 선택'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방송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체력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에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체력관리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인데 실제로 개표방송을 준비하면서 독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리허설이 늦게 끝나도 런닝머신에 올랐어요.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으시더라고요. 평소에도 '8뉴스' 끝나고 귀가하면 긴장상태가 풀리지 않아 늦게 자는 버릇이 있어요. 보통 새벽 1시 반에서 2시에 자는데 그 시간을 활용해 체력관리를 했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대선방송을 잘 마친 박 아나운서에게 대선방송 진행은 아나운서 신입시절 겪었던 특별한 추억이다.
"제가 2007년에 SBS에 입사했어요. 11월부터 아나운서국에서 신입으로 생활하게 됐는데 17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을 보게 됐어요. 방에 소파와 TV가 있었지만 바짝 긴장해서 앉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이렇게 현장을 뛰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했어요. 동시에 내가 이 자리에 설 만큼 열심히 해왔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됐어요. 이번 대선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 과반 득표 등 여러 가지 기록이 세워지며 의미가 있었지만 저 스스로에게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죠."
올 한해 박 아나운서의 행보를 쫓다 보면 전성시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특히 그녀가 김성준 앵커와 함께 진행하는 '8뉴스'는 KBS, MBC에 굴하지 않는 공신력을 입증했다. 박 아나운서는 "전성기인가?"라는 질문에 신중하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보니 그런 타이틀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8뉴스'를 맡은 후에는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저에게 '지금 정상의 자리인데 꿈이 없겠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물론 중요한 자리이지만 정상이라고 표현하기보다 책임감이 많이 따르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제 자신한테 박하게 돼요. 이번 대선방송에서도 미숙한 부분이 많이 보인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어요. 제가 운이 좋아서 총선 개표방송, 런던 올림픽, 대선방송까지 모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숟가락 하나 잘 얹었을 뿐이었어요. 2012년이 되면서 선거방송 때문에 겁도 나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SBS 박선영 아나운서. 사진 = SBS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