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승엽에겐 왜 '국민타자'란 칭호가 붙을까.
2003년에 홈런 56개를 터뜨리며 역사를 장식했기 때문일까.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서 41개의 아치를 그리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일 통산 500홈런을 마크한 유일한 타자이기 때문일까.
물론 이러한 사실들도 이유는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승엽이 진정한 '국민타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을 때 가장 빛이 났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괴동'이라 불리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결승 2루타를 터뜨렸을 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포를 폭발했을 때, 2라운드 멕시코전에 이어 미국전에서 'D-트레인' 돈트렐 윌리스를 만나 홈런포를 작렬했을 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포를 넘겼을 때,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쿠바에 선제 투런포를 터뜨렸을 때 우리는 얼마나 큰 감동과 희열을 맛볼 수 있었나.
그래서 '국민타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스스로 '기적'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체 어떤 스펙터클한 기적을 만드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 15일 WBC 국가대표 출정식이 열린 날, 이승엽은 선수 대표로 무대에 섰다. 그리고 각오를 밝혔다. 이내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내뱉은 한마디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웬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걸 무엇일까.
다른 이유는 없다. 이승엽이기 때문이다. 지금 떠올려도 만화 같은 장면들을 쏟아낸 선수가 바로 이승엽이다. 그것도 수 차례나. 그러니 신뢰가 안 갈 수 없다.
지난 해 이승엽은 '부활'에 성공했다.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3할 타율과 20홈런을 마크하며 국내 무대에 연착륙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삼성이 흔들릴 때도 기복 없는 타격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선수가 이승엽이었다. 그 결실은 '한국시리즈 MVP'란 달콤한 열매로 맺어졌다.
분명 그는 지금 전성기를 지났다. 이번 WBC에서도 그의 출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대호, 김태균 등 걸출한 타자들과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 1명을 1루수, 1명을 지명타자로 기용하더라도 남은 1명은 우선 벤치에 있어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상대 투수에 따라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타석에 서는 자체만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결정적일 때 한방을 칠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스스로 '마지막 국가대표'라 못 박은 만큼 후회 없는 대회를 치를 것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타자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겼다. 과연 이번엔 어떤 기적을 연출할까. 가장 필요할 때 그의 타구는 포물선을 그렸다. 이번 WBC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승엽이 15일 오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다이아몬드볼룸에서 진행된 '2013 WBC 야구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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