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품 업체 실적 악화 우려, 항공사도 전략 수정 불가피
보잉 787(B787)의 운항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잇단 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보잉787기가 이른 시일 내로 항공 노선에 복귀하기는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잉사도 B787의 출하를 중지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앞으로 B787의 제조도 중지될 전망이다. 준(準) 일본제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메이커의 비중이 높았던 B787이었던 만큼, 부품을 공급해 온 일본 항공기 부품 제조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B787의 도입을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진행하던 일본의 양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도 갑작스러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 중이던 ANA의 B787 기체 내에서 연기가 발생, 긴급 착륙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일본 국토교통성은 17일, 발화의 위험성이 의심되는 배터리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운항을 보류하도록 ANA와 JAL측에 지시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도 같은 이유로 미국 시각으로 16일, B787의 운항을 일시 중단시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운항 재개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실험과 검증을 반복해 문제 원인의 규명하고 안전성을 확인하거나, 이미 안정성 검증 작업이 끝난 니켈카드륨 배터리로 교환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실수가 원인이라면 단 몇 주만에 운항은 재개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인위적인 실수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극히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이번 사고와 같은 트러블을 재현해 문제의 원인이 되는 매커니즘을 해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일정 기간의 테스트 비행 등도 불가결해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가 된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니켈카드륨 배터리로 교환하는 것도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체를 위해서는 새로운 부품 도입에 따른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B787을 전략기로 내세웠던 보잉사도 "서둘러 운항·재개시키기보다, 충분한 신뢰 회복을 위해 종래 이상으로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 조짐에 일본의 주식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적어도 올 회계연도 말까지(3월) 운항 정지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며 관련 기업의 실적 분석에 들어갔다.
그동안 B787에 대해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칭할 정도로 일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B787에 들어가는 부품 중 약 35% 이상을 일본 기업들이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B787의 생산이 중단되면, 문제가 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GS-Yuasa뿐만 아니라 탄산섬유복합체를 생산하는 도레이(東レ)와 내장품을 공급해 왔던 JAMCO, 주 날개를 공급한 미쓰비시 중공업 등의 실적 하향 수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항공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총 225기의 비행기를 보유한 ANA에서 B787은 모두 17기로 7% 정도에 지나지 않고, JAL의 B787 보유 비율도 3%에 그치고 있다. 일부 노선에서 결항이 있겠지만, B787의 운항 재개가 장기화된다 하더라도 보잉사가 전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하고 대체기를 마련해줄 것이기 때문에 항공회사에 대한 타격은 적을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의 양대 항공사가 이제껏 세워온 중장기 세계 전략에 큰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ANA는 2020년도까지 모두 66기의 B787을 도입해 중형기 전체를 B787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JAL도 비슷한 시기까지 모두 45기의 B787 도입을 계획했다. 일본의 항공사가 B787을 적극 도입하려는 의도는 새로운 노선 전략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를 세계보다 먼저 확립시키겠다는 목적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재 거점(허브)공항 사이를 대형여객기로 잇고, 그 이외의 공항과는 중소형 여객기로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해외의 초대형 공항과 비교해 허브기능이 약한 일본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ANA와 JAL은 노선 네트워크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그래서 양사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저연비 중형기 B787의 도입을 통해 중규모 인구 지역을 포함한 공항을 잇고, 1회의 비행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거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이번 B787 트러블 사고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전략 수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 항공업계와 비행기 부품업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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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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