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손발 오글거리는 신파가 아니라 좋았다. 똑같은 싸움을 우리는 여러 번 반복해서 봤지만, '남쪽으로 튀어'의 최해갑(김윤석)과 그 가족들의 싸움은 자신이 집이 철거되는 상황 속에서도 관객의 가슴에 통쾌함을 전해줬다.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쾌한 제목만큼이나 유쾌한 영화다. 주인공 최해갑은 과거 체 게바라라는 별명으로 불린 치열한 운동권. 동네에서 조용히 찻집을 열고 가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와 같은 다큐 영화를 찍으며 조용히 사는데, 그래도 불순분자라고 불리긴 한다. 국가에서도 부지런히 그를 뒤쫓으며 '사찰'한다.
도무지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이 남자의 삶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데, 특히 최해갑 자녀들의 아버지를 향한 시선이 차츰 변해가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가훈은 '배우지 말자'이며, 학교에 급식을 하러 와서는 '이렇게 부실한 반찬으로 배를 불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라며 교장을 겨냥하는 아버지는 그야말로 골 때린다. 가출한다고 전화를 걸어도 걱정하지 않는 담담한 태도에 때로는 눈물도 글썽이게 되는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을 넘어 아버지의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가족 탓에 영화는 따뜻한 냄새를 풍기지만, 더욱 좋았던 것은 영화가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의 거주 공간이 잔인한 방식으로 철거되는 와중에도 관객들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임순례 감독은 "인간의 용기, 자유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 좌절하지 않는 해갑과 그 가족의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많은 용기와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는데, 영화의 발랄한 어조 탓에 그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될 듯 하다.
개봉은 내달 7일. '베를린'과 '신세계', 대작들 틈바구니 속 개봉된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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