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놓아버리기엔 치명적이다.
안양 KGC인삼공사 후안 파틸로. 올스타전서 화려한 덩크슛과 재치있는 쇼맨십으로 팬들을 들었다 놨다. 확실히 올스타전 체질이었다. 팀 플레이보단 개성을 내뿜을 수 있는 무대.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행사에 임했다. 마음껏 코트를 휘저으며 33점 포함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MVP와 덩크왕까지. 올스타전은 파틸로 쇼였다.
쇼는 끝났다. 다시 현실이다. KGC의 일원으로 돌아와서 잔여 시즌을 치러야 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이상범 감독은 요즘 파틸로의 출전 시간을 줄이고 있다. 개인 플레이 성향이 짙어 팀 조직력을 약화시킨다는 게 이유다. 이 감독은 요즘 파틸로 대신 골밑에서 착실하게 플레이를 하는 키브웨 트림의 출전 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는 이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왜 출전 시간이 줄었는지 모르겠다. 출전시간에 관계없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쏭달쏭한 답을 내놓았다.
▲ KGC가 파틸로를 놓아버리는 건 쉽지 않다
이 감독이 요즘 ‘파틸로 길들이기’를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파틸로는 톡톡 튀는 개성을 꾹꾹 눌러 담지 못한다. 팀 플레이에 집중하다가도 무리한 드리블과 돌파 등으로 팀 공격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일쑤다. 경기 후반 박빙승부에선 치명적이다. 이 감독은 최악의 경우 파틸로의 퇴출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그러나 KGC 사정상 파틸로를 퇴출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KGC는 경기당 18.4점의 파틸로 외에 평균 10점 이상 해주는 선수가 12.8점의 이정현뿐이다. 파틸로가 퇴출될 경우 공격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 미우나 고우나 클러치 상황에선 가장 확실한 카드가 파틸로다. 키브웨는 안정적이나 파괴력은 떨어진다. 또 하나. 파틸로를 대신해서 데려올 외국인선수가 마땅치 않다. 자칫 수준 미달 용병을 데려올 경우 팀 조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 감독이 그래도 파틸로를 내보내고 싶다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장, 단점이 확실한 파틸로를 데려갈 팀은 분명히 있다는 게 농구계의 중론이다. 특히 득점력이 떨어지는 팀이라면 파틸로 영입을 고려할 만 하다. 이럴 경우 KGC의 수완이 중요하다. 국내, 외국인 선수를 막론하고 건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데려오는 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 파틸로의 치명적인 매력
KBL 흥행을 고려할 땐 파틸로의 존재가 반갑기만 하다. 파틸로는 획일화된 프로농구 판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프로농구 초창기만 하더라도 제럴드 워커가 경기 중 비하인드 백드리블에 이은 덩크슛을 성공했고, 데니스 에드워즈가 막슛으로 명성을 떨쳤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만의 톡톡 튀는 개성을 경기력에 녹아내는 외국인 선수가 잘 안 보인다. 한 농구인은 “모든 팀들이 용병들도 팀 패턴 안에 집어넣어야 안정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했다.
물론 파틸로가 프로 초창기 득세했던 외국인 테크니션들에 비해 특별히 기량이 더 좋은 건 아니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수준이 하향평준화 된 상황에서 돋보이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경기 중 거뜬히 보여주는 백덩크가 반갑기만 하다. 플레이 안정감이 떨어지고 팀 조직력을 약화시켜도 단테 존스 이후 외국인선수의 ‘쇼타임’이 그리웠던 안양 팬들에겐 꽤나 만족스러운 선수다.
사실 이기는 농구만큼 재미있는 농구도 중요하다. 여전히 프로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측면에선 파틸로의 화려한 플레이는 분명 도움이 된다. 심지어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좀 더 악동기질을 보여줘도 괜찮다. 국내농구도 그 정도는 일종의 쇼맨십으로 봐줄 수 있는 관람문화가 정착됐다. 이대로 놓아버리기엔 파틸로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앞으로 파틸로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이상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이 감독의 조치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KGC가 파틸로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파틸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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