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결국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을 선택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정근우, 최정, 송은범, 박희수와 2013년도 연봉 재계약을 체결하며 모든 선수와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박희수가 7000만원에서 1억 7000만원으로 연봉이 대폭 인상됐지만 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근우, 최정, 송은범의 계약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란히 2억 4000만원 인상된 금액이 도장을 찍었다. 정근우는 3억 1000만원에서 5억 5000만원, 최정은 2억 8천만원에서 5억 2천만원, 송은범은 2억 4천만원에서 4억 8천만원이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올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거나 될 수도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SK의 이러한 '예비 FA 프리미엄'에는 아픈 기억과 함께 현재 시장 상황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 이진영, 이승호에 정대현까지 FA 직후 팀 떠나
SK는 프로야구 구단 중 대표적으로 합리적인 연봉 계약을 하는 팀으로 꼽혔다. SK는 모든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서 고과를 바탕으로 한 연봉 기준을 철저히 지켰다.
처음 협상 시작 때 낮게 불러서 조금씩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과에 따라 처음으로 제 금액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당초 구단이 책정한 액수보다 올라가는 경우도 보기 힘들었다.
이는 예비 FA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흔히 예비 FA에게는 'FA 프리미엄'이 붙은 연봉이 적용된다. 구단으로서는 FA 전 시즌 높은 연봉을 지불해야 선수의 활동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를 다시 잡기도 쉬울 뿐더러 놓치더라도 더 많은 금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SK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보기 힘들었다. SK는 2008시즌 후 FA가 되는 이진영과 2억 2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오른 2억 4000만원에 계약했다. 이진영은 2007시즌 80경기에 그치기는 했지만 타율 .350에 7홈런 42타점 40득점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더욱이 SK는 그 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상 예비 FA 프리미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2011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정대현과 이승호에게도 예비 FA 프리미엄은 없었다. SK는 2010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들에게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0시즌 49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한 정대현은 2억 3000만원에서 3000만원만 올랐다. 이승호는 2010시즌 팀의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하는 등 65경기에 출장한 상황에서 1억 3500만원에서 2억원으로 6500만원이 올랐다. 인상률은 높지만 절대적인 연봉 액수는 높지 않았다.
결과는 다른 팀 이적이었다. 이진영은 2008시즌 종료 후 LG와 계약했으며 정대현과 이승호는 나란히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를 비교적 값싼 보상금액으로 가져올 수 있다보니 다른팀들의 러브콜이 이뤄졌다.
▲ "구단 역사상 가장 고민 많이했다"
SK는 이번 예비 FA들과의 계약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동안의 구단 방침을 지킨다면 고과에 맞춘 액수에 계약해야 하지만 예전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예전 기준이라면 지난 시즌 타율 .266에 머문 정근우는 동결 혹은 삭감까지 가능했다.
SK 관계자는 "FA 프리미엄을 주자는 의견은 일찍 정해졌지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28일이 돼서야 결정이 됐다"며 "다른 구단의 경우 FA 프리미엄을 주는 상황에서 우리만 그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구단 역사상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기조 변경은 단순히 FA 관련 문제 뿐만 아니라 선수단 분위기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구단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떠안아야 하기에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결국 선택은 구단 방침 변경이었다. 현재 상황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했다. FA로 나서게 되는 정근우, 최정, 송은범은 현재 SK의 핵심 선수들이다.
물론 예전 이진영, 이승호, 정대현의 경우에도 팀의 주축이기는 했지만 이들마저 다른팀에게 빼앗긴다면 어디까지 추락할지 예측할 수 없다. SK 출신 FA의 경우 '데려오기 쉽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구단이 늘어남에 따라 선수 수급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결국 SK는 구단의 정체성과 성적 유지를 위한 보호막으로 예비 FA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SK는 예비 FA 3인방에게 대폭 인상된 연봉을 안겨주며 선수들과 다른 구단들에게 '이들은 우리팀 선수다'라는 것을 알렸다. 이제 공은 선수들에게 넘어간 듯 하다. 구단 방침까지 바꾸며 선택한 이번 결정이 시즌 후 어떠한 모습으로 돌아올지 흥미롭다.
[FA를 앞두고 연봉이 대폭 인상된 정근우와 송은범(첫 번째 사진), 2007시즌 종료 후 SK에서 LG로 이적한 이진영(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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