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내면의 美 중시하는 미스 일본 그랑프리 결선 대회
일본의 수많은 미인대회 중 가장 긴 전통을 가진 '2013년 미스 일본 그랑프리 결정 콘테스트'가 28일, 도쿄 게이오 호텔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지역대회를 거쳐 최종 12명의 후보자가 선출된 가운데,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 미스 일본 그랑프리의 영광은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스즈키 에리카(22)에게 돌아갔다.
스즈키 양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너무 놀랍고 기쁜 마음에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 미스 일본의 역사
'미스 일본 콘테스트'는 1950년부터 시작돼 무려 63년이라는 전통을 가진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인대회다.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일본의 미를 가장 잘 담아낸 내면의 미를 추구한다는 점에 있다.
올해 대회 슬로건 역시도 ‘일본을 사랑하는 마음 미인(日本を愛しむこころ美人)’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다른 대회와 달리 이처럼 내면의 미와 일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회 탄생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1945년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일본은 전쟁의 여파로 가난과 굶주림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전후 일본은 급기야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은 경우마저 속출했다. 이때 미국이 식량을 포함한 구원물자를 일본에 지원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은 전쟁 복귀에 나설 수 있는 기력을 회복하게 된다.
이에 1950년 일본정부는 미국민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여성 친선사절을 미국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바로 이 여성사절단을 선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미스 일본 콘테스트'였던 것이다.
점령군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시절 여성사절단 결성은 패전국 일본의 입장에서 다소 굴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가장 일본다운, 일본만의' 미를 표현할 수 있는 여성을 보내 '패전국'이라는 일본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찬스로 활용했고, 이것이 6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미스 일본 콘테스트'가 추구하는 대회 정신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후 대회는 때때로 중단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60여 년 동안 꾸준히 일본을 대표하는 미인을 선발해 일본의 학문, 전통, 역사, 예술 등을 해외에 알리는 기능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기모노 미인
일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모노 미인'이다. 기모노는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해 한층 더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해주고, 걸음을 옮길 때의 짧은 보폭과 절제된 몸동작은 여성의 다소곳함을 상징해 주었다.
'섹시함과 단아함이 공존하는 일본여성'이라는 이미지는 이런 기모노의 매력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크다. 또한, 기모노에 수놓아진 다채로운 색과 무늬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공예로 세계인에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모노 입은 자태는 '미스 일본 콘테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심사 재료다.
최종 결선 무대의 첫 스태이지는 일본이 자랑하는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표현해 주는 미인인지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기모노 심사는, 기모노를 입은 자태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아름다운 기모노에 어울리는 내면의 미를 지녔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심사의원의 돌발질문으로 구성됐다.
"당신에게 있어 오니(귀신)은 무엇이고 후쿠(복)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하얀 버선을 신고 있다. 당신 하얀 버선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솔직히 표현하라" 등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에 12명의 후보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성실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했다.
기모노 심사에 이어 미인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수영복 심사가 이어졌다. 정숙하고 단아했던 기모노 심사 때와 달리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12명의 후보가 비키니만을 입고 무대에 정렬해 자기소개와 꿈을 이야기했다.
수영복 심사는 미인대회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여성의 미를 평가하는 중요 심사 항목이다. 그런데 미스 일본 콘테스트의 후보자들의 비키니 자태는 다른 미인대회의 후보자들과 다소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타 대회의 수영복 심사를 보면, 요즘 추세답게 S라인이나 볼륨감 넘치는 미인들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스 일본 콘테스트의 후보자들을 '깡 말랐다'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정도로 마르고 아담한 체구의 소유자가 많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일본다운 미인을 선출한다는 대회정신답게 서구적인 체형 보다는 일본 여성만의 미가 선호되는 경향을 알 수 있다.
이번 12번의 후보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현직 아나운서나 프로 볼링선수 등 이색적인 직업군도 보였지만, 대체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주를 이루었다. 법학도나 의학도를 비롯해 문학, 인문학, 정치학 등 학식 소양이 풍부한 인재들로 구성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미녀들이다.
마지막 무대인 드레스 심사를 위해 정열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12명의 후보들에게 다시 심사의원들의 돌발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당신은 목이 말라 자동판매기에 갔다. 그런데 그 앞에서 500엔짜리 동전을 발견하게 됐다.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솔직히 이야기해 달라"
미스 일본 그랑프리를 차지한 스즈키는 "마침 지난주에 역에서 1,000엔을 주운 적이 있다. 공짜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에 대단히 매력을 느꼈지만, 나중에 기분이 찝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역무원에게 바로 갖다 주었다"라고 답변했다.
또, 미스 기모노를 수상한 고가 유카리(21)도 "이게 웬 떡이냐고 기뻐하겠지만, 나중에 죄책감이 들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돈 500엔 때문에 경찰서까지 가기는 귀잖고, 아마 자동판매기 동전 구멍에 살며시 넣어둘 것 같다"고 밝히는 등 대체로 성실한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참가번호 9번 이하 사유리(24)는 "어릴 때 100엔을 주워 경찰서에 갖다 준 적이 있다. 그때 경찰 아저씨가 '이 돈은 하늘이 너에게 준 용돈'이라며 다시 돌려준 기억이 있다. 500엔을 주운다면 나의 평소 행실을 높이 평가해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재치있는 답변을 해 좌중을 미소 짓게 했다.
◆2013년 최고의 일본 미인은 스즈키 에리카
기모노, 수영복, 드레스 심사까지 장장 6시간에 걸친 무대를 마치고 미스 일본 그랑프리로 호명된 후보는 참가번호 11번 스즈키 에리카였다. 도쿄 출신으로 현재 니혼대학에서 식물자원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가부키 관람과 일본 전통 정원 감상 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심사의원들의 최종질문인 "프로포즈는 남자와 여자 누가 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드라마에서처럼 남자에게 멋진 고백을 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상,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 내가 고백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하든 둘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찬 모습을 보이는 등 시종일관 성실하고 솔질한 답변으로 심사의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자신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호명되자 어쩔 줄 모르며 눈물을 흘린 그녀는 "너무 놀랍고 기뻐 눈물이 나와버렸다. 응원해주신 친구와 부모님께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미스 기모노에 고가 유카리(21), 미스 네이처에 다케가미 모에나(20), 미스 바다의 날에 와타나베 게아키(20), 미스 미즈노텐시에 요코야마 리사(21)가 각각 선출됐다.
<이 기사는 JP뉴스가 제공한 것입니다. 기사의 모든 권한과 책임은 JP뉴스에 있습니다>
현경은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