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쩐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FA 시장의 과열양상. 연봉 협상으로 이어졌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올 시즌과 내년 시즌을 마친 뒤 NC를 제외한 기존 8개 구단의 주전들 중 상당수가 FA로 풀린다. 삼성 오승환, 윤성환, SK 정근우, 최정, 송은범, 롯데 강민호, 두산 이종욱, 손시헌, KIA 윤석민, 이용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국제무대 선전을 이끈 젊은 피들이었다. 일부는 3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프로야구를 이끄는 세대다.
구단들은 이들을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다. FA 시장에서 놓치면 타격이 크다. 9구단 NC에 이어 10구단 KT의 데뷔도 눈앞에 들어왔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형국. 이미 지난 가을 FA 대박 계약이 오가며 인플레이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구단들이 이번 연봉협상에서 예비 FA들에게 연봉을 최대한 올려줘야 했던 이유였다. 그래야 최악의 경우 보상장벽을 높게 만들 수 있다. 일종의 보험금을 거는, FA 프리미엄인 셈이다. 구단들이 인정은 안 해도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다.
▲ 예비 FA들, 협상 골치 아팠던 만큼 훈련 강도 ‘후끈’
일부 예비 FA들은 확실히 이번 연봉 협상에서 진통을 겪었다. 인상폭을 두고 구단과 알게 모르게 신경전이 있었다. FA 프리미엄이 딱히 보이지 않았던 지난 2~3년전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삼성 오승환은 구단에 내심 투수 최고 연봉을 바랐으나 구단이 최초 제시한 5억 5000만원에 사인을 했다.
SK 최정과 정근우는 연봉 협상 마감일을 앞둔 시점까지 협상을 하다 29일 5억 2000만원과 5억 5000만원에 사인했다. 두 사람 모두 2억 4000만원이 오른 금액이었다. 롯데 강민호는 아예 구단에 백지위임을 했고, 구단은 기존 3억원에서 2억 5000만원이 오른 5억 5000만원을 안겨줬다. 대부분 예비 FA들은 협상 시간이 길어진 만큼 확실한 대우를 받았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돈의 맛을 아는 만큼 훈련의 중요성을 잘 안다. 훈련은 훈련, 협상은 협상이다. 오승환은 구단을 설득한 뒤 괌으로 미리 건너가서 훈련에 임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한 야구인은 “아무래도 연봉 협상 도중엔 훈련에 100% 몰두하기가 어렵다. 1년간 받을 월급 액수가 오간다. 어떻게 쿨하게 훈련에만 집중하겠는가”라고 했다.
연봉에 전전긍긍하는 직장인들과 똑같다. 야구선수들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면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협상 기간도 길었다. 훈련에 미세하게 지장이 생긴다. 예비 FA라 연봉을 두둑하게 받은 상황. 슬슬 부담이 생기는 시기다. 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액 연봉자들이 부진할 경우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예비 FA들은 최근 훈련 강도를 높여 시즌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올 가을, 쩐의전쟁 상상이 안 된다
아직 올 시즌 뚜껑이 열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부 팬들은 벌써 올 시즌이 끝난 뒤 열릴 FA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 가을 FA 시장 이상의 쩐의 전쟁이 열릴 것이란 예상. 팬들도, 야구인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가을 FA 시장에서 김주찬이 4년 50억원에 KIA와 계약을 맺었다. 김주찬의 50억원은 2004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할 당시 4년 60억원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대어가 즐비한 올 가을 FA 시장에선 역대 2위 김주찬, 이택근은 물론이고 심정수의 60억원 기록을 10년만에 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리그를 이끄는 젊은 기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오는 상황, 성적에 목 멜 수밖에 없는 구단들의 현실, 9~10구단의 합류 등 주변 분위기가 FA 몸값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예고하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각 구단에서 꾸준히 헌신했던 선수들 입장에선 일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돈 한푼 못 버는 구단들의 현실, 여전히 열악한 프로야구 산업 구조 속에서 그 대가의 가치가 정당하느냐에 대한 논란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가을 FA 시장에서 형성된 몸값도 부풀려진 감이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올 가을 쩐의 전쟁,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 것 같다.
[문학구장(위),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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