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왜 그가 '국민타자'인지 알 수 있게 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장타쇼'에 힘입은 한국 대표팀이 마침내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4일(한국시각)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예선 호주와의 경기에서 6-0으로 승리했다.
이날 이승엽은 3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포진했다. 그가 선발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의 첫 경기였던 지난 2일 네덜란드전에서는 좌완 투수가 선발로 등판한 것을 고려해 이승엽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은 네덜란드에 0-5로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했고 1라운드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호주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면서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그 시발점에 이승엽이 있었다.
1회초 1사 1루.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 2개를 골라낸 이승엽은 상대 투수 라이언 설이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부담 속에 던진 3구째 공이 한 가운데로 몰리자 여지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중견수가 끝까지 쫓아가 몸을 날렸지만 타구가 더 빨랐고 이는 우중월 2루타로 이어졌다. 이번 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장타로 기록됐다. 네덜란드전에서 안타 4개를 쳤지만 모두 단타에 그쳤다.
1루주자 정근우가 3루에서 멈췄지만 이승엽의 한방으로 1사 2,3루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은 김현수의 2타점짜리 적시타 등 1회에만 3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한국은 2회초 1점을 추가하며 한결 표정이 밝아질 수 있었다. 그 1타점의 주인공이 바로 이승엽이었다.
1사 후 이용규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정근우의 투수 땅볼 때 2루에 진루했다. 득점권 찬스를 맞이한 이승엽은 2아웃임에도 불구, 타점 본능을 뽐내며 중심타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 타석에서 직구를 때려낸 이승엽은 이번엔 설의 변화구가 초구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스윙했다. 빠르게 뻗어간 타구는 우익선상 2루타가 됐고 2루주자 이용규는 여유 있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아직 이대호, 김태균, 김현수 등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지는 선수들이 장타가 터지지 않았기에 이승엽의 연타석 2루타는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엽은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좌투수 라이언 롤랜드-스미스를 상대로 밀어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는 등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2006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WBC 무대를 밟았지만 역시 믿음직한 '국민타자'였다. 이제 30대 후반의 노장이 된 이승엽은 56홈런을 터뜨렸던 전성기만큼의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뽐내지는 못하지만 지난 해 삼성으로 복귀해 3할 타율과 20홈런을 동시에 달성하고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부활에 성공, 다시 한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지난 해 부활을 기반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노련함이 더해져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준 이승엽. 역시 '국민타자'란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을 수 없다.
[4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3 WBC 1라운드 B조 한국-호주의 경기 1회초 1사 1루 이승엽이 2루타를 때린뒤 3루주자 정근우와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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